최고용병 리오스, 12년만에 선발 20승 초읽기

입력 2007-09-13 14:24수정 2009-09-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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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말, 경기 전 잠실야구장 덕아웃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다니엘 리오스에게 기자가 물었다.

기자 : “올해 20승 가능할까요?”

리오스 : (지나가던 두산 구단 관계자를 붙잡고) “내가 20승을 했으면 좋겠어? 아니면 두산이 우승했으면 좋겠어? (구단 직원이 머뭇거리자) 당연히 두산이 우승하는 편이 좋겠지? (기자를 바라보며) 우리 팬들이나 팀에서는 우승을 더 바랄 텐데요. 그렇다면 나도 그래요.”

어떻게 보면 동문서답이었지만 개인보다 팀웍을 중시하는 그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일례였다.

두산 베어스의 용병 다니엘 리오스(35)는 올 시즌 강력한 MVP 후보다.

투수 중에선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고 야수 중에도 삼성의 심정수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의 MVP 수상을 견제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형 용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난 6년간 국내 프로무대에서 장수 중인 리오스의 올 시즌은 한 마디로 눈부시다.

현재까지 다승(18)은 물론 완투(6), 완봉(4), 그리고 승률과 방어율에서도 리오스는 한국 진출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002년 KIA 타이거즈 입단 후부터 누적된 통산 성적에서도 리오스는 다승, 투구이닝, 탈삼진 등 주요부문에서 역대 용병 1위를 마크, 최고의 용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만하다.

특히 그의 선발 20승 달성 여부는 올 시즌 프로야구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18승을 기록 중인 리오스는 대망의 20승에 단 2승을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 두산의 남은 경기수를 감안할 때 리오스는 3~4번의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후반기 다소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그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선발 20승은 1982년 시작된 한국프로야구사에서 단 5번 밖에 나오지 못한 대기록이다. 83년 삼미의 장명부(28승)를 시작으로 85년 삼성의 김시진(21승)과 김일융(20승), 87년 김시진(20승), 그리고 가장 최근 기록은 95년 LG의 이상훈(20승)이 세웠다. 리오스가 2승을 보태면 무려 12년 만에 선발 20승 투수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 중인 리오스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유일무이한 1점대 평균자책점의 선발 20승 투수라는 영예도 함께 노리고 있다.

그러나 리오스의 가치는 단순히 성적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맞춤형 용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솔선수범하며 선수단과의 융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용병들이 종종 거만하고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지만 리오스는 마치 신인선수처럼 부지런하고 나이 어린 동료선수들에게도 깍듯이 대한다. 위에 언급했듯 그에게는 항상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다.

올 시즌 후 일본 진출?

그러나 이처럼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복덩이인 리오스가 시즌 후 한국 잔류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몇몇 일본 프로팀들이 리오스 영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

리오스가 1~2년 정도 더 국내에서 뛰게 된다면 통산 100승과 1,000탈삼진, 그리고 1,500이닝 투구 등 많은 대기록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이런 기록들이 그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일본 구단 측이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몸값을 제시할 경우 명색이 프로선수인 리오스가 두산에 남아있을 명분이 별로 없다.

어쩌면 두산은 타이론 우즈(주니치)에 이어 리오스까지, 국내 최고의 용병 2명을 모두 일본에 빼앗기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많은 기자들이 리오스에게 일본행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때마다 리오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는 현재 두산 선수입니다. 올해는 우승해야죠.”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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