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에 30년 넘게 있으면서 이번처럼 욕먹은 적이 없다. 언젠가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일단 내가 다 책임지고 가겠다.”
KCC 허재(42) 감독은 지난 보름간의 시간이 마치 15년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KCC 본사에서 열린 서장훈과 임재현의 입단식이 끝난 뒤 밝힌 소감이다. 지난 시즌 꼴찌였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있었어도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두 선수를 받아들인 것까지 괜찮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간판스타였던 이상민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해 삼성으로 옮기게 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KCC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허 감독에 대한 원색적인 항의 글이 쏟아졌고 10일에는 이상민 팬 50여 명이 KCC 사옥 앞에서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허 감독은 무엇보다도 현역 시절 아끼던 후배였던 이상민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상민이의 이적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말 못할 사연도 많지만 구단 상황을 고려해 가슴속에 담고 가야 한다. 프로 세계이니만큼 이런 상황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안팎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허 감독은 밤낮으로 술을 들이켜 위장병이 생겼고 며칠 전 강원 양구군의 최전방 지역을 찾아 금강산 봉우리를 쳐다볼 때는 ‘차라리 북녘 땅에 있다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라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는 것.
그래도 허 감독은 이날 입단식에서 서장훈과 임재현을 상석에 앉게 하고 기념 촬영 때는 “웃으라”고 지시하며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 감독은 “안(서장훈)과 밖(임재현)이 다 좋아졌다. 토털 농구보다 더 재미있고 팬들을 위한 공격적인 농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편 삼성 때 11번을 달던 서장훈은 그 번호가 이상민이 KCC에서 사용하던 것과 겹친다며 대신 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고 임재현은 허 감독의 현역 때와 같은 9번을 달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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