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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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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밥을 먹거나 글을 쓸 때는 오른손을 쓴다. 어려서부터 오른손을 쓰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왼손으로 숟가락 잡으면 부모님한테 혼났어요.”
그런 김승현이 올 시즌에는 든든한 동료들을 만났다. 오리온스에 유난히 왼손잡이가 즐비해서다.
득점 선두를 질주하는 외국인선수 피트 마이클을 비롯해 오용준 이현준이 모두 왼손잡이. 12명 엔트리 가운데 4명이나 된다. 왼손잡이들이 동시에 출전할 때도 있다.
국내 프로농구 전체를 봐도 왼손잡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10명의 사령탑 가운데는 KTF 추일승 감독과 KCC 허재 감독뿐이다.
‘코트의 마이너리티’로 불리는 왼손잡이지만 오리온스에는 ‘효자’들이다. 오리온스는 왼손 스타들을 앞세워 5라운드에서 4승 1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 평균 6.92어시스트로 2위에 오른 김승현은 최근 5경기에서 평균 16.8점을 터뜨려 시즌 평균 기록(13.8점)을 웃돌았다.
득점왕이 유력한 마이클은 7일 전자랜드와의 대구 경기에서 51점을 퍼부은 것을 포함해 시즌 평균 33.9득점의 무서운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역대 득점왕 최고 기록은 2001년 SBS(현 KT&G) 데니스 에드워드의 33.4점. 마이클은 사상 최고이자 6년 만에 30점대 득점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승현과 마이클은 국내외를 통틀어 보기 드문 ‘왼손 콤비’로 둘 다 수비 능력도 뛰어나다. 오용준과 이현준도 탄탄한 실력을 갖춘 식스맨으로 ‘소금’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럼 왼손잡이는 농구에서 유리할까.
일단 그런 것 같다.
대다수의 오른손 선수에게 왼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 왼손 선수의 공격 패턴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기 중에는 한순간 헷갈려 손쉬운 기회를 내주기 십상이다.
왼손잡이는 대개 양손을 두루 쓴다. 특히 마이클은 왼손 못지않게 오른손도 능숙하다.
한편 농구에서 왼손잡이는 불리하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왼손으로 드리블하거나 슛을 던지면 대부분 오른손을 쓰는 상대 수비수에게 차단되기 쉬우며 주로 코트 왼쪽을 따라 골밑을 향해 돌파하는 습성이 있어 공격 루트가 쉽게 막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왼손잡이인 박광호 한국농구연맹 경기위원장은 “왼손잡이 선수가 슛을 던질 때 오른손잡이의 블록슛에 걸릴 확률이 높고 대개 오른손 지도자에게 지도를 받다 보니 신체 특성에 맞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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