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빠진 호랑이? 이 꽉 물었어!…신진식, 삼성화재 7연승 이끌어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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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삼성화재가 올 시즌 독주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최근 7연승을 달려 24일 현재 11승 1패로 단연 선두다. 실업 시절을 포함해 10년 연속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삼성화재가 올 시즌 다시 최강에 복귀한 이유는 뭘까.

배구 전문가들은 브라질 리그 득점왕 출신 괴물 용병 레안드로의 가세, 한층 노련해진 세터 최태웅의 볼 배급을 꼽는다. 리베로 여오현의 탄탄한 수비도 단골 메뉴다.

그러나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면서도 “굳이 이유를 들자면 노장 신진식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 주는 거죠. 농담이지만 그런 말도 있잖아요? 죽기 전에 용쓴다고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신진식(사진)은 호적 나이(32)보다 실제로는 두 살이 더 많다.

신진식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해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의 금메달 2연패의 일등공신이 됐다. 곧바로 시작된 정규 시즌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랭킹 표를 한번 보자. 레프트 신진식은 올 시즌 서브 리시브 성공률 64.2%로 4위, 스파이크나 다이렉트 킬 등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디그(Dig)’도 세트당 2.06개로 7위에 올라 있다. 2005 프로 원년 리시브 성공률 6위를 제외하고 지난 두 시즌 동안 수비 부문 랭킹에서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창끝은 무뎌진 대신 방패를 단단히 하는 변신에 성공한 결과다.

디그에서 그보다 앞서 있는 선수 6명은 모두 ‘수비의 달인’으로 불리는 팀의 주전 리베로다. 서브 리시브에서도 팀 동료 여오현(70.7%)과 대한항공 최부식(66.4%), 강동진(64.6%)이 그의 앞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삼성화재는 신진식이 있어 경기 중 리베로가 2명이 뛰는 셈이라 철옹성의 수비를 자랑한다.

신진식은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비결이 뭐냐’는 물음에 “요즘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파 죽겠어요”라며 엄살을 떨면서도 “후배들이 잘해 주니까 저에 대한 견제가 적어졌죠. 그래서인지 쉽게 찬스가 나네요”라고 말했다.

노장의 투혼이 참 아름답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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