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환 ‘물배’ 채우고 金땄다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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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초의 순간에 운명이 엇갈렸던 그들. 금메달을 놓고 다시 마주했다.

2004년 초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선발전에서 김학환(25·한국가스공사·사진)과 문대성(30·동아대 감독)은 맞붙었다. 종료 2초 전까지 1점을 앞서고 있던 김학환은 얼굴차기를 허용해 2점을 내주며 문대성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문대성은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최고 스타가 됐고 김학환은 좌절 끝에 술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한때 대표팀에서도 부진해 각종 국제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했던 김학환이 절치부심해 이번 대회에 나섰다.

김학환은 11일 카타르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남자 84kg 이상급 결승에서 메흐디 나바에이 세라스 칸루드(이란)를 2-0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인 그는 이날 82kg으로 계체량에서 2kg이 모자랐다. 계체량 시간까지는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급해진 그는 1.5L짜리와 0.6L짜리 음료수를 그 자리에서 들이켜 간신히 계체량을 통과했다.

경기 중 상대 선수에게 허벅지를 찍혀 절뚝거리면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김학환을 문대성이 찾아와 격려했다.

“정말 잘했다. 축하한다.” 두 사람은 어깨를 감싸안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뒤범벅이 된 김학환도 “대성이 형한테 지고 난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대성이 형과 잘 싸웠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하=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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