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프랑스, 최강 ‘삼바군단’ 격파

  • 동아닷컴
  • 입력 2006년 7월 2일 05시 06분



2006 독일월드컵 최대 이변이 연출됐다.

‘레블뢰 군단’ 프랑스가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을 제압하고 4강에 안착했다.

프랑스는 2일(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8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후반 12분 터진 티에리 앙리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프랑스는 2002 한일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의 수모를 말끔히 씻어내며 8년만에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통산 5번째 4강 진출.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에 이어 또다시 삼바군단을 무너뜨리며 ‘브라질 킬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에 이어 마지막으로 4강행 열차에 오른 프랑스는 6일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포르투갈과 격돌한다.

4강 진출팀이 모두 유럽에서 배출됨에 따라 유럽에서 개최된 이번 월드컵은 유럽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브라질의 정열적인 삼바리듬도 ‘그라운드의 지휘관’ 지네딘 지단 앞에서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전에 유독 강한 지단은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브라질을 농락했다.

정교한 패스는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에게 정확하게 연결됐고, 완벽에 가까운 공수조율, 부드러운 볼터치, 화려한 드리블, 날카로운 크로스까지 플레이메이커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한꺼번에 선보였다.

현역 최고의 미드필더인 호나우지뉴가 지단의 플레이에 압도됐을 정도.

은퇴를 앞둔 선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단의 플레이는 아름다웠고, 지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트사커는 브라질의 개인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결승골도 지단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브라질 진영 왼쪽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은 지단은 골문으로 뛰어든 앙리를 향해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했고 수비수의 마크에서 벗어난 앙리는 오른발을 뻗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가 만들어낸 멋진 득점이었다.

지단은 이미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상태. 이번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할 예정이다. 때문에 브라질전에서 패했을 경우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지단은 2경기 더 출전할 수 있게 됐고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게 됐다.

지단은 경기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는 영광도 함께 누렸다.

앙리를 공격 최전방에 투입한 프랑스는 초반부터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노련한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파트리크 비에라-클로드 마켈렐레가 허리 싸움에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서 성공한 것.

앞선에서는 앙리와 프랑크 리베리가 빠른 스피드로 브라질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렸고 튀랑과 갈라스가 축이 된 수비진영도 브라질의 개인 돌파를 차단하는 등 공격, 중원, 수비 모두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경기 흐름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노장 선수들의 체력 저하를 걱정했지만 탄탄한 조직력으로 경기를 풀어간 프랑스 선수들은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와 비교해도 뒤질 게 없는 프랑스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다.

도메네크 감독의 용병술과 전술도 인상적이었다. 지단을 믿고 다시 한 번 플레이메이커를 맡긴 것과 컨디션이 좋은 리베리를 공격적으로 활용한 전술은 그대로 적중했다.

또한 경기 후반 수비수를 투입하지 않고 실뱅 윌토르, 루이 사하 같은 공격수를 투입해 맞불작전을 펼친 것도 끝까지 대등한 경기내용으로 승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반면 브라질은 주전 공격수 아드리아누, 호비뉴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새로운 용병술이 실패로 돌아갔다. 앙리에게 선취골을 내준 브라질은 뒤늦게 아드리아누, 호비뉴, 시시뉴를 투입해 동점골을 노렸으나 굳게 닫은 프랑스의 골문은 마지막까지 열리지 않았다.

이날 패배로 브라질은 월드컵 연승행진을 11경기에서 마감했으며 4회 연속 결승 진출도 좌절됐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조철영 동아닷컴 기자 ch2y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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