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영” 라이프치히 신문 1개면 한글 제작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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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랑스전이 열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한국 열풍이 몰아쳤다. 한국어로 1개 면을 제작한 라이프치히의 유력 신문 라이츠치거 폴크스차이퉁.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한국-프랑스전이 열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한국 열풍이 몰아쳤다. 한국어로 1개 면을 제작한 라이프치히의 유력 신문 라이츠치거 폴크스차이퉁.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독일 월드컵 12개 개최 도시 중 유일한 옛 동독 지역 라이프치히. 19일 한국-프랑스의 경기가 펼쳐진 곳.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묻혀 있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가 젊은 날을 보낸 아름다운 고도(古都) 라이프치히에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

유럽 최대의 역인 라이프치히 중앙역에 내리자 곳곳에 ‘한국을 환영합니다’라는 대문짝만 한 붉은색 입간판이 보였다. 전철 바깥 면에는 통째로 태극기와 깜찍한 캐리커처의 붉은악마가 그려져 있었다.

중앙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시내 한복판 아우구스트 광장에서는 수천 명의 독일인이 붉은 옷을 입은 한국 응원단과 함께 남사당패의 사물놀이와 태권도, 부채춤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지역 유력지 라이프치거 폴크스차이퉁은 주말판으로 아예 한국어 지면 1개 면을 냈다. 1면에는 태극기와 함께 한국어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실었다. 이 면에는 한글로 라이프치히 시에 대한 소개와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이유 등이 실려 있고 한국 전통 공연 행사 내용이 담겨 있다.

라이프치히가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공을 세운 볼프강 티펜제 전 시장은 연방 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해 갔지만 18일 프레스클럽을 찾아 ‘라이프치히와 축구, 라이프치히와 한국’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티펜제 전 시장은 험난했던 월드컵 준비 과정을 회상했다.

“서독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인프라 때문에 라이프치히는 월드컵을 앞두고 도시 전체를 거의 뒤집어엎는 대공사를 해야 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내 곳곳은 전철 노선을 가다듬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고 길을 정비하느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동독 지역 중 라이프치히가 유일한 개최 도시로 선정된 데는 축구와의 긴 인연이 있었다. 1900년 독일축구협회(DFV)가 이곳 라이프치히에서 처음으로 결성됐다. 1903년 첫 독일컵에서 우승한 팀도 라이프치히였다. 1956년 개장된 첸트랄슈타디온은 무려 10만 명을 수용하는 독일 최대의 경기장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4만4000여 석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을 옛 경기장 안에 새로 지었다.

라이프치히대 유학생 김보영(27) 씨는 “통일 이후 옛 동독 시민들은 소외감과 열등감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라이프치히 사람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부심을 되찾고 있다. 그래서 손님맞이도 더 적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괴테는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스 켈러’라는 유명한 술집을 배경으로 ‘파우스트’를 썼다. 라이프치히는 프랑스군을 이끈 영웅 나폴레옹이 프로이센 연합군에 역사적 패배를 당한 곳이기도 하다.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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