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앞 7cm… ‘환상의 세컨드샷’… 박세리 2년 만에 우승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여자골프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첫 번째 연장전이 열린 18번홀(파4·385야드).

깃대까지 남은 거리는 201야드. 3번 우드로 한 티샷을 잘못 친 박세리(CJ)는 4번 아이언 대신 유틸리티 우드를 빼들었다. 투 온을 노리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 게다가 페어웨이와 그린 왼쪽에는 워터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힘껏 휘두른 세컨드샷은 핀을 향해 곧장 날아가더니 그린 위에서 몇 차례 튀긴 뒤 굴러 홀 7cm 앞에 멈춰 섰다. 공이 두 바퀴 정도만 더 굴렀다면 이글이 됐을 정도. 1만여 갤러리가 일제히 “와” 하며 탄성을 보냈다.

우승을 예감한 듯 박세리는 양팔을 번쩍 들어올린 뒤 거스 히딩크 축구 감독처럼 오른손으로 어퍼컷을 날리는 화끈한 세리머니를 했다.

이런 모습에 기가 질린 듯 132야드를 남기고 한 캐리 웹(호주)의 두 번째 샷은 홀 6m 지점에 떨어졌다. 웹의 버디 퍼트는 홀을 지나갔고 박세리는 ‘톡’ 하고 가볍게 공을 건드려 버디를 잡았다. 박세리가 메이저 여왕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6위였던 박세리는 절정의 샷 감각으로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갔으나 18번홀에서 3퍼트를 하며 아쉽게 웹과 동타를 허용했지만 극적으로 승리를 지켰다.

통산 23승(메이저대회 5승 포함)에 우승 상금 27만 달러를 챙겨 시즌 상금 랭킹 46위에서 12위로 점프.

박세리는 미국 진출 첫해인 1998년 시즌 초반 별 다른 성적을 내지 못해 당시 스폰서였던 삼성 측으로부터 ‘국내 송환’될 위기에 몰리다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승승장구했다. 2002년에 이은 세 번째 우승. 공교롭게도 월드컵이 열리는 해마다 정상에 올랐다.

연장 불패의 전통도 지켰다.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5차례 연장전에서 전승을 거뒀다. 반면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연장 우승한 웹은 연장전에서 기록한 4패(4승) 가운데 박세리에게만 세 번이나 패하는 악연을 보였다.

한국 골프는 올 시즌 LPGA 14개 대회에서 절반인 7명의 챔피언을 배출하는 초강세를 이어나갔다. 최근 3주 연속 우승. 김미현(KTF)은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공동 3위(7언더파 281타)에 올랐고 미셸 위와 안시현은 공동 5위(6언더파 282타).

4연패를 노린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공동 9위(5언더파 283타)에 머물렀다.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최종 성적
순위선수스코어
1*박세리-8280(71-69-71-69)
2캐리 웹280(70-70-72-68)
3김미현-7281(68-71-71-71)
미야자토 아이281(68-72-69-72)
5미셸 위-6282(71-68-71-72)
안시현282(69-70-71-72)
9안니카 소렌스탐-5283(71-69-75-68)
임성아283(72-68-74-69)
김영283(69-72-73-69)
14이미나-4284(71-72-69-72)
이지영284(70-71-70-73)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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