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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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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는 표정이 달랐다. 한국축구대표팀의 ‘간판 킬러’ 안정환(30·뒤스부르크). 스코틀랜드 전지훈련을 마치고 7일 베이스캠프인 독일 쾰른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눈빛은 유난히 반짝거렸다. 다시 해 낼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미국전에서 헤딩 동점골,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4강 신화를 선봉에서 이끌었던 그였다.
그 후 4년. 강산이 절반 정도 변했다. 한국축구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4강 후유증으로까지 불리는 끝없는 부진. 안정환도 여러 곳을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 축구를 최전방에서 이끌고 있다. 4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세계적인 강호들을 무너뜨렸고 이번엔 역시 네덜란드 출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안정환은 한국의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할 기대주다. 몸싸움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탁월한 위치 선정과 감각적인 슈팅은 태극전사 중 최고란 평가. 소속 팀에서 그라운드보다는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아 주위의 우려를 낳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엔트리를 발표하기 전 두 번이나 독일을 찾아 안정환을 본 뒤 주저 없이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2002 월드컵과 유럽 리그, 특히 분데스리가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독일 분위기와 그라운드 사정에 밝은 것도 그를 신임하는 이유. 큰 무대에서 골을 넣어 본 킬러가 결국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다는 믿음도 작용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안정환을 소집한 뒤 세네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노르웨이, 가나 등 네 차례의 평가전에 모두 최전방 중앙 공격수로 투입해 두터운 신임을 보였다. 안정환은 비록 평가전에서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지만 “토고를 잡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골을 터뜨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4년 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온갖 멸시를 받으면서도 ‘빅리거’로 성공하기 위해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한을 16강에서 이탈리아에 돌려줬던 안정환. 월드컵이 끝난 뒤 일본프로축구 시미즈 S 펄스와 요코하마 마리너스에서 뛰다 다시 빅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프랑스 FC 메스를 거쳐 올해부턴 독일 분데스리가 뒤스부르크에서 뛰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그 맺힌 한을 이곳 독일에서 다시 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돈 이유가 여기에 있다.
쾰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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