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종격투기의 세계]<상>그 열기의 현장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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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종격투기 스타인 데니스 강(위)과 김재영 선수의 경기-사진제공 엔트리안
국내 이종격투기 스타인 데니스 강(위)과 김재영 선수의 경기-사진제공 엔트리안
《서로 다른 무술끼리의 혈투인 이종(異種)격투기의 묘미는 무엇일까.

다른 스포츠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짜릿함이 아닐까.

어지간한 자극에는 무뎌진 현대인의 말쵸신경을 자극하는 이종격투기 마니아가 늘고 있다.

최근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러시아)와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의 '최강 맞 대결'로 더욱 관심을 끌게 된 이종격투기 현장을 두 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

정종욱(20) 씨는 요리사를 그만두고 “전망이 좋아 전문선수가 되고 싶다”며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었다. 입문한 지 2개월 된 그는 1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MARC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스피릿MC 아마추어 종합격투기대회에서 헤비급에 출전했지만 대학원생 이태화(23) 씨에게 무참히 TKO패 당했다. 대학 2학년 때까지 레슬링 선수였던 이 씨는 운동에 대한 미련으로 합기도까지 훈련하고 있던 숨은 강자였다.

이날 열린 국내 최초의 아마추어 이종격투기 종합대회에 출전한 38명의 선수와 200여 관중 대부분은 20대 젊은이들. 직장인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참가했고, 아들을 응원하러 나선 아버지도 있었다. “내가 얼마나 센지 알아보러 나섰다”는 태권도 전공 학생, “어머니가 돌아가신 슬픔을 잊기 위해 싸우러 나섰다”는 대학생 등 사연도 많았다.

여자부에서는 대학 강사인 이현희(25) 씨와 태권도 사범인 김용숙(25) 씨가 맞붙었다. 나란히 태권도 4단인 두 선수의 승부는 발과 주먹이 아닌 그라운드 기술인 암바(팔을 잡아 빼는 기술)로 갈렸다. 이 씨의 승리. 이 씨와 김 씨는 모두 최근 브라질 유술(주지쓰)을 배우는 데 열심이다. “남자를 이길 수 있는 효율적인 기술을 찾고 있다”는 것이 두 선수의 ‘섬뜩한’ 설명이었다.

어느덧 이종격투기가 인터넷 동호인 2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단일 인터넷 카페회원이 55만 명에 이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선수층은 아직 얇다. 이종격투기 전문 체육관은 전국적으로 30∼40개로 ‘프라이드’대회처럼 누워서도 싸울 수 있는 종합격투기 선수는 약 300명, ‘K-1’처럼 서서만 싸우는 입식타격 이종격투기 선수는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올해말까지는 종합 및 입식타격대회가 2, 3회 예정돼 있다. 입식타격대회인 코마대회의 경우 우승상금은 1000만 원. 그 때문에 아직은 이종격투기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회 주관사인 엔트리안의 박광현 대표는 “몇 년 새 이종격투기가 많이 소개돼 마니아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미래를 낙관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대표적인 그라운드 기술인 주지쓰 등 해외 무술 수입 열풍이 거세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도자가 없어 주지쓰를 익힌 외국인 교수 등이 취미로 가르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브라질에서 직접 코치를 초빙한 체육관도 생겼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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