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완주한 부장판사 부부

  • 입력 2005년 3월 13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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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달려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습니다."

서울고법 특별11부 김이수(金二洙·52) 부장판사와 정선자(丁善子·51) 씨 부부는 지난 3개월 동안 서울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겨울 내내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며 혹독한 '동계훈련'을 해왔다는 이들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판사는 "자동차의 방해를 받지 않고 동대문과 어린이대공원 앞 등을 맘껏 달린 것만으로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먼저 빠져든 것은 부인 정 씨. 건강을 위해 2002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그는 이듬해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대견함과 놀라움 못지않게 내심 승부욕이 생긴 김 판사도 2003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지난해 각각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한 경험이 있지만 한 대회에서 나란히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정 씨는 마라톤 선배답게 김 판사보다 10분 앞선 4시간 26분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록 부인에겐 졌지만 김 판사 역시 자신의 최고기록을 30여분이나 앞당겨 매우 만족해했다.

"내년 열릴 보스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4시간 5분대를 기록했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다"는 정 씨. "다음 대회에선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하는 김 판사.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26년차 중년 부부의 '마라톤 수다'는 끝이 날줄 몰랐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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