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 정경호 ‘LA의 별’이 되다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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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환호’. 23일 스웨덴전에서 골을 터뜨린 정경호(왼쪽)가 김동진의 환영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입대 2개월 째인 신참 정경호는 16일 콜롬비아전을 포함해 2골을 기록해 대표팀의 새로운 골잡이로 떠올랐다. 로스앤젤레스=연합
‘이등병의 환호’. 23일 스웨덴전에서 골을 터뜨린 정경호(왼쪽)가 김동진의 환영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입대 2개월 째인 신참 정경호는 16일 콜롬비아전을 포함해 2골을 기록해 대표팀의 새로운 골잡이로 떠올랐다. 로스앤젤레스=연합
‘공격은 합격, 수비는 글쎄….’

미국 전지훈련중인 한국축구가 새해 마수걸이 첫 승 신고에 실패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밝혔다.

한국은 23일 로스앤젤레스 홈디포센터에서 열린 스웨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24분 정경호(광주)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다 종료 5분을 남기고 마르쿠스 로벤보리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다.

한국은 이로써 올 3차례의 평가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무1패로 전지훈련을 마무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의 한국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FIFA 랭킹 26위), 파라과이( FIFA 랭킹 29위)에다 최근 한국의 맞상대 중 FIFA 랭킹(13위)이 가장 앞선 스웨덴을 상대로도 시종 우위를 점할 만큼 부쩍 성장했다는 평가.

한국은 3차례의 평가전에서 매 경기 골을 기록할 만큼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지난 16일 첫 평가전 상대인 콜롬비아전에서 정경호와 남궁도(전북)를 최전방에 투입했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이동국(광주)의 발끝을 시험했고 이날 스웨덴전에서 이동국과 정경호 남궁도를 모두 가동하며 최적의 공격 조합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세트 플레이에서의 정교함과 결정적인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날카로움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발견됐지만 젊은 선수들이 즉시 전력감임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젊은 피 수혈에 나선 본프레레 감독의 부담은 한결 덜어진 셈.

문제는 수비. 김태영(전남), 최진철(전북)이 빠진 수비라인에 포진한 유경렬(울산)과 박재홍(전북), 김진규(전남) 등은 문전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실점을 허용하고 불필요한 파울로 페널티킥 골을 내주는 등 경험부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에 대해 “팀이 전체적으로 향상됐다. 전반적으로 만족하지만 몇몇 선수는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같이 가기에 미흡한 점도 있다”며 냉정한 평가를 예고했다.

대표팀은 26일 귀국한 뒤 다음달 4일 이집트와의 평가전에 대비해 31일쯤 재소집될 예정이다.

▼軍 입대후 떠오른 ‘저격수’▼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정경호(25·광주 상무)가 확 달라졌다.

울산 현대에서 뛰다 지난해 11월 상무에 입대한 정경호는 미국전지훈련중 가진 3차례의 평가전에서 16일 콜롬비아전 선제 헤딩골에 이어 23일 스웨덴전 중거리골 등 한국이 뽑아낸 3골 중 2골을 책임지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정경호에 대한 평가는 100m를 12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이용한 순간 돌파력은 뛰어나지만 시야가 좁다는 것. 정경호는 본프레레 감독의 취임 첫 경기였던 지난해 7월 바레인전에 발탁됐지만 이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해외파에 가려 대표팀 내 입지도 좁았다.

하지만 ‘게으른 천재’에서 군 입대 뒤 ‘본프레레의 황태자’로 재기에 성공한 이동국처럼 정경호도 입대와 함께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주전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정경호는 경기 뒤 “상가 빈소에서 부의금을 내는 꿈을 꿨는데 길몽이었던 것 같다”며 “해외파가 많아 경쟁이 치열할 것이지만 더 열심히 하면 독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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