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역도 출전 조수남-신정희씨 부부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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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 역도선수로 함께 출전한 조수남(왼쪽) 신정희씨 부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들은 경기를 무사히 마친 뒤 밝게 웃었다.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 역도선수로 함께 출전한 조수남(왼쪽) 신정희씨 부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들은 경기를 무사히 마친 뒤 밝게 웃었다. 사진제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첫 출전에 이 정도면 됐다. 더 세게 안아주고 싶지만 주위에 눈이 많아서….”

대회기간 중엔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자고 약속했지만 그래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여자 역도 경기가 열린 21일 아테네 나카이아역도경기장. 조수남씨(36)는 여자 역도 44kg급 신정희씨(36)의 경기가 끝나자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한국선수단의 유일한 부부 선수. 남편 조씨는 이번 대회 48kg급에 출전해 125kg을 들어 올려 10위를 차지했다. 신씨는 60kg으로 6위. 모두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들에게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출국 전 손가락을 걸고 “아들 찬영(6)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자”고 한 약속을 지켰기 때문. 조씨 부부는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아테네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기로 했다. 대회를 앞두고 3개월간 합숙훈련을 할 때도 각자 훈련에만 몰두했다가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며 서로 핀잔을 준 일도 있다.

조씨 부부는 모두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됐다. 이들은 중학교 시절 한 장애인 캠프에서 만나 10년이 넘도록 사귄 끝에 결혼했다.

조씨는 택시운전사, 신씨는 자동차정비공장에서 경리로 일한다. 조씨는 1995년 주위의 권유로 역도를 시작했고 출산 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아내 신씨는 남편의 조언에 따라 2001년부터 바벨을 들었다.

이들 부부는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회사측의 배려로 직장을 쉰 채 운동에 몰두할 수 있었다. 장애인들에겐 생계와 운동을 병행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위의 무관심으로 스폰서를 찾기 힘든 데다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기록뿐 아니라 환경과도 싸워야 하는 게 장애인 선수들의 현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이들 부부는 자랑스러울 수 있었다.

“빨리 귀국해 아들을 만나고 싶어요. 집 떠나 합숙훈련을 할 때 아들이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거든요.”

조씨 부부는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장애를 극복하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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