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은메달 日 야마모토 ‘집념의 승리’

  • 입력 2004년 8월 20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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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0년 후에는 꼭 금메달에 도전할 겁니다.”

19일 아테네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임동현(18·충북체고)을 꺾은 기세를 몰아 은메달을 목에 건 일본의 야마모토 히로시. 여느 금메달 못지않은 감격과 흥분을 일본 열도에 전한 그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야마모토는 첫 출전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일본의 양궁 영웅. 놀랍게도 그의 나이는 임동현의 아버지와 동갑인 42세. 그는 갈수록 연령층이 낮아지는 세계 양궁의 추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를 빼곤 20년간 일본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이 5번째 올림픽 출전.

그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상을 향한 그의 도전은 세계 최강 한국의 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고 4년 전 시드니 올림픽 때는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아픔까지 맛봤다.

당시 그는 대회 기간 내내 단 한번도 TV를 켜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아들이 “우리 집은 올림픽 안 봐요”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양궁협회는 “이제 야마모토의 시대는 갔다. 제2의 야마모토를 육성해야 한다”며 수선을 떨었다.

결국 그는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가 재직 중인 오미야 가이세이 고교 제자들의 간곡한 만류에 다시 활을 잡았다.

야마모토는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에서 자신의 제자들보다 어린 임동현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재기에 성공했고, ‘신화의 땅’ 아테네에서 다시 한번 신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아테네까지 따라와 자신을 응원한 관중석의 아들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든 야마모토.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멋진 스승임이 분명하다.

아테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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