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17일 18일째 남극서 인터넷은 이렇게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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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위에 생긴 자연 조각 작품. 보기에는 특이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탐험대에게는 장애물이다.
설원위에 생긴 자연 조각 작품. 보기에는 특이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탐험대에게는 장애물이다.
날씨 : 맑음, 오전에 잠깐 구름

기온 : 영하 17 도

풍속 : 초속 3 m

운행시간 : 06:40 - 16:40(10시간00분)

운행거리 : 28.6km (누계 :344.1km) /남극까지 남은 거리: 790.4km

야영위치 : 남위 82도 55분398초 / 서경 80도 20분 172초

고도 : 1,089m / 83도까지 남은 거리: 9.7km

초속 3m 미만의 무풍에 해까지 등 뒤에서 비춰주는 최상의 날씨 속에 10시간 동안 28.6km라는 기록적인 운행을 마쳤다. 앞에서 달아나는 박대장을 잡기위해 대원들 모두 썰매자국만 보고 앞으로 내달린다. 오르막 설면은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지만 어제보다 쉽게 꺼져내려 대원들의 진을 빼 놓는다. 오늘은 이틀에 한 번하는 인터넷 전송일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운행일기를 쓰고 전송하는 일이 시간을 필요로 한 작업이기에 운행을 10시간만 하기로 했었다.

오늘은 인터넷 전송에 관한 얘기를 해야겠다.

우선 필요한 장비로는 노트북, 이리듐 위성전화기, 디지털 카메라. 전원 공급 장치 등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전원공급이다. 이를 위해 솔라(solar pannel)를 미국으로부터 공수해 2개를 가지고 왔다. 낮에 운행 할 때는 강철원 대원과 이현조 대원의 썰매위에 펼쳐 놓고 전선을 충전용 밧데리(KOKAM power NB;KOKAM엔지니어링 제공)에 연결해 충전을 하게 된다. 운행을 마치고는 태양의 위치에 맞게 솔라판을 설치해 밤새 충전이 되도록 하고 전선을 텐트 안으로 끌어와 밧데리에 연결해 둔다. 두개의 솔라판으로 충전할 수 있는 것은 노트북, 캠코더 밧데리(3대분), 디지털 카메라 밧데리, 이리듐 위성전화기 등이고 충분한 전원을 공급받는다. 노트북은 power NB 밧데리에 전선을 연결해 충전을 하는데 사용 중, 사용 후 계속 연결해 두어 항상 노트북 자체 밧데리를 완충해 두게 된다.

이틀 동안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노트북에 저장했다가 박대장과 이치상 대원이 전송할 사진을 선별한다. 그 후, 포토샵으로 사진의 크기 등을 바꾼 후 전송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압축시켜 둔다. 보통 4-5컷의 사진을 준비하는데 전송시간 문제로 더 많은 사진을 전송하지 못해 탐험대로서도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운행일기는 저녁식사 후 그날의 기록을 노트북에 옮겨 정리한다. 이치상 대원이 서툰 워드실력으로 30분 정도 작업한 뒤에야 기사가 완성된다. 기사와 사진이 준비되면 노트북에 이리듐 전화를 연결한다. 전송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위성이 신호를 제대로 잡아주느냐 인데 어느 날은 한번에 전송이 되어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데 반해 어떤 날은 접속이 자주 끊겨 2시간 이상 계속 작업을 해야 전송이 마무리 된다. 2일 분의 기사와 사진 5컷을 전송하는데 보통 30분(접속이 양호할 때)정도가 소요된다.

전송을 하는 동안 다른 대원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밤새 먹을 물과 다음날 아침에 먹을 물을 끓이며 차도 한잔씩 마신다. 전송이 늦어지는 날은 다른 대원들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이치상 대원만이 노트북과 위성전화를 들고 재차 삼차 전송을 시도하고 전송이 완료된 후에야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인터넷 전송 못지않게 대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일 저녁식사 후에 열어보는 게시판이다. 물론 위성으로 다운 받은 후에 열어 볼 수 있다. 모두들 자신에 대한 글이 아니더라도 마냥 흐뭇해하는 표정이다.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가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이트가 널리 알려져서 대원들을 기쁘게 해주는 글들이 많이많이 올라 왔으면 좋겠다.

더불어 궁금해 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것인데 대답이 좀 애매하다. 음식물을 남기는 경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10시간 이상의 중노동 후라 준비한 모든 음식들이 깨끗하게 비워진다. 낮 시간의 운행 중에 먹는 간식은 인스턴트-모나카, 만주, 스니커즈, 비스?, 유가 등인데 운행 전에 껍데기를 벗겨 작은 비닐봉지에 알맹이만 담아 주머니에 넣고 운행을 한다. 그날 나온 과자 껍데기 등은 비닐 지퍼 백에 모아 놓는다.

별 변화 없는 설원의 풍경에 대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무덤덤하다는 것이다. 가끔 올려다 본 하늘 빛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 변화의 전부이다. 갈수록 지쳐가는 몸과 함께 정신적 공허함은 탐험대가 제일 경계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허튼 소리로라도 대원들의 기분을 환기시키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씁쓸하게 되돌아오는 대원들의 무반응과 무표정, 정녕 이런 상태의 대원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네티즌들이 올려놓는 게시판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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