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장에서 하나된 남북응원단

  • 입력 2003년 8월 21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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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의 짜릿함은 재회의 기쁨을 더하기 위한 '양념'이었다.

21일 북한과 덴마크의 남자 배구 예선 B조 1차전이 열린 대구실내체육관. 302명의 북한 미녀 응원단이 대구유니버시아드에 첫 나들이를 하자마자 '달성사랑 모임 북측 서포터즈' '통일시민연대 아리랑응원단' '대구은행 북한 서포터즈' 등 4000 여명의 관중들과 북한 응원단은 하나가 됐다.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 상단에 질서정연하게 자리잡은 응원단이 응원도구로 준비한 '짝짝이'를 들고 일사불란한 응원을 펼치자 관중들은 응원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느라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북한이 높이를 앞세운 덴마크에 밀려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첫 세트를 22-25로 아쉽게 내주자 관중들 사이에서 '힘내라'는 격려가 터져 나왔고 북측 응원단은 응원지휘를 맡은 김은복양(평양 장철구상업대학 3년)의 선창으로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분위기는 세트 스코어 1-2로 뒤지던 북한이 듀스 접전 끝에 4세트를 26-24로 이겨 2-2로 따라붙자 절정에 이르렀다. 북한 응원단이 '우리는'을 선창하면 관중들이 '하나다'로 화답했고 하나 돼 '조국 통일'을 소리 높여 외쳤다.

북한 응원단이 지난해 부산아시아경기 때 큰 인기를 끈 '처녀시절' '옹헤야' '청춘' '높이 더' '반갑습니다' 같은 노래를 응원 틈틈이 부르면 관중들도 따라 부를 만큼 남북의 거리감은 좁혀져 있었다.

이날 경기는 남북 합동 응원에도 불구하고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북한이 마지막 5세트를 9-15로 내줘 세트 스코어 2-3의 아쉬운 패배로 끝났다.

이날 북한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김형직사범대학 소속 선수들. 북한측 기술일군(한국의 기술위원에 해당)으로 참가한 김두원씨(44·평양농업대학 체육단)는 "우리 선수들은 북한에서 가장 큰 대회인 공화국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팀"이라며 "한 달 전에야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 기량이 아니다"고 말했다.

빼어난 미모로 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북한 응원단의 임성옥양(김형직사범대학 4년)은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남북이 공동으로 응원하니 다음에는 반드시 이길 것 입니다. 힘냅시다"라며 오히려 관중들을 위로했다.

북한 응원단은 이어 열린 한국과 세르비아전 중반까지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대구=특별취재반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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