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라과이에 1대0 승리…"지면 끝장" 수비치중

  • 입력 2002년 6월 16일 02시 06분


경기가 종반전으로 치달을수록 ‘누가 넣느냐’보다 ‘누가 골을 안 먹느냐’가 중요했다.

조별리그와 달리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제. 한 경기 패배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만큼 15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 파라과이 경기는 시종 신중하고 안정된 플레이만을 고집했다. 양팀 모두 수비위주의 경기를 펼쳐 팬들 입장에선 다소 맥빠진 경기.

한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는 있었다. 파라과이는 전반 35분 카르도소가 우측 사이드쪽에서 띄워준 공을 아얄라가 발리슛으로 연결시켰지만 볼은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고 독일은 후반 16분 노이빌레의 중거리슛이 파라과이 골키퍼 칠라베르트의 선방에 막혔다.

이 경기의 처음이자 마지막 골이 터진 것은 종료 2분전. 미드필드진에서 볼을 돌리며 ‘사냥을 앞둔 사자’처럼 찬스를 노리던 독일은 슈나이더가 오른쪽으로 파고들며 가운데로 센터링해준 볼을 쇄도하던 올리버 노이빌레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시켜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한국-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이 성공시킨 슛을 연상시키는 멋진 골.

0-0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독일의 루디 D러 감독은 특유의 흰머리를 뒤흔들며 주먹을 번쩍 치켜들어 승리를 확신했다.

파라과이는 종료 1분전 슬로베니아전에서 2골을 성공시켜 영웅으로 떠오른 넬손 쿠에바스를 교체투입, 마지막 반격을 노렸으나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이번 대회 첫 번째로 8강 티켓을 거머쥔 독일은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따내긴 했으나 득점루트가 단순해 우승후보로 꼽기엔 의문. 비록 경고누적으로 수비수 치게와 미드필더인 라멜로, 하만 등 주전 3명이 빠지는 바람에 조직력에 누수현상이 생겼다고는 해도 상대의 밀집수비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독일은 양쪽 사이드에서의 센터링위주 공격외엔 이렇다할 전술을 구사하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0-1로 패한 파라과이는 ‘16강전 무득점 징크스’에 또다시 울어야 했다. 86년과 98년 두차례 16강에 오른 파라과이는 각각 잉글랜드와 프랑스에 0-3, 0-1로 득점없이 패하며 8강진출에 실패했었다. 최근 4차례 월드컵 16강전에서 모두 1점차 승리를 일궈냈던 독일 역시 ‘16강전 1점차 승리 징크스’를 이었다.

관심을 모은 올리버 칸(독일)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파라과이)의 골키퍼 대결은 무승부. 둘은 고비마다 선방을 해내며 최고의 골키퍼다운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는 후반 26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강한 프리킥을 찼으나 골문을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서귀포〓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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