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브라질, 기자에 "스파이"… 터키는 훈련장공개 대조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14분


브라질 대표팀 스타 호나우두(왼쪽)가 30일 울산 미포 연습장에서 훈련 도중 하품하고 있다.[AP]
브라질 대표팀 스타 호나우두(왼쪽)가 30일 울산 미포 연습장에서 훈련 도중 하품하고 있다.[AP]
‘장외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다음달 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갖는 C조의 브라질과 터키가 벌써부터 치열한 정보전에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어 눈길.

나란히 울산 미포구장(브라질)과 강동구장(터키)에 준비캠프를 차린 두 팀은 스파이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상대국 관계자들을 아예 캠프에서 쫓아내는등 실전못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관심을 끈 것은 두 팀의 상반된 반응.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브라질이 터키 기자들의 취재를 ‘스파이행위’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달리 터키는 브라질 기술고문에게까지 훈련장을 공개하는 ‘대범함’을 보인 것.

발단은 브라질이 29일 오후 훈련에서 터키 기자들을 내쫓으면서 시작됐다. 터키 기자들이 자신들의 훈련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터키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는등 스파이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

그러나 하루 뒤 터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30일 오전 11시부터 강동구장에서 열린 터키의 오전훈련에 브라질대표팀의 길손 누네스 기술고문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훈련장면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허용한 것.

누네스는 규정상 준비캠프 입장이 불가능했지만 안전요원들의 검문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캠프에 도착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결국 누네스는 훈련시작직전 터키 기자들에게 발각됐고 ‘떠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나도 기자’라고 주장하며 버텼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전날 자국 기자들이 브라질 캠프에서 당한 수모를 전해들은 터키팀 매니저 초반오구르는 누네스에게 다가가 “우리는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지만 여기서 편안히 봐도 좋다”며 참관을 허용했고 누네스는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훈련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었다.

초반오구루는 “월드컵 4회 우승경력의 브라질이 우리를 두려워한다는 증거아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 주위사람들을 머쓱하게 했다.

울산〓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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