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세리-데이비스-말론 ‘그랜드슬램’ 3파전

  • 입력 2002년 3월 27일 17시 48분


‘3인 3색.’

미국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은 희한한 전통 하나가 있다.

우승자가 마지막 날 18번홀 그린 옆에 있는 ‘호수의 숙녀들’이라는 연못에 뛰어드는 것. 이처럼 독특한 의식은 1988년 명예의 전당 회원인 에이미 앨코트가 두 번째 우승을 확정지은 뒤 다이빙으로 우승을 자축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때부터 우승자는 주위의 부러운 시선 속에서 ‘챔피언 연못’에 기꺼이 몸을 던져 왔다.

29일 개막되는 올 대회에서는 누가 영광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출전선수라면 누구나 온몸이 흠뻑 젖든 말든 물 속에 한번 빠졌으면 하고 꿈꾸는 가운데 ‘예비 그랜드슬래머’ 3명은 더욱 뜨거운 우승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생애 그랜드슬램도 동시에 달성하게 되는 박세리(25·삼성전자) 로라 데이비스(39·영국) 맥 말론(39·미국)이 바로 그들이다.

98년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패권을 안았던 박세리는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을 거두면 최연소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세운다. 대회 개막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는 박세리에게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데이비스와 말론도 내심 우승을 향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

장타자 데이비스는 96년까지 3개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뒤 지난해까지 이 대회에 5차례 도전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미국 투어에서 통산 20승을 거뒀으면서도 이 대회에는 16차례나 출전해 94년 거둔 2위가 최고였던 그는 이번에 우승하면 명예의 전당에도 오를 수 있어 더욱 의욕이 넘친다. 데이비스와 동갑내기 말론도 2000년 당시 메이저대회였던 듀모리에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 달성에 이 대회 우승컵만을 남겨둔 상황.

데이비스와 말론은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 속에서도 전초전격인 지난주 웰치스서클K챔피언십에서 각각 공동 7위와 공동 12위에 오르며 컨디션 조절을 끝냈다.

27일 발표된 조 편성을 보면 박세리가 다소 느긋해 보인다. 미국 투어에서 절친한 사이로 유명한 로리 케인(캐나다) 낸시 스크랜턴(미국)과 1, 2라운드를 같은 조에서 치러 신경전 없이 편안하게 경기에만 전념하게 된 것이다. 데이비스는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지 존스(미국)와 한 조로 묶여 부담스러운 초반 승부가 예상된다. 말론은 박희정 카트리오나 매튜(영국)와 1, 2라운드를 치른다.

이번 대회에서 마침표를 못 찍게 되면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 1년에 딱 한번 밖에 없는 기회를 이들 3명 중 하나가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박세리로라 데이비스맥 말론
나이(국적)25(한국)39(영국)39(미국)
미국LPGA데뷔1998년1988년1987년
통산우승13승20승13승
메이저 우승3승(98 LPGA 챔피언십, US 여자오픈, 2001 브리티시 여자오픈)4승(87 US 여자오픈, 94, 96 LPGA 챔피언십, 96 듀모리에 클래식)3승(91 LPGA 챔피언십, US 여자오픈, 2000 듀모리에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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