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인터뷰]세계육상 마라톤 제패 나선 이봉주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34분


캐나다 에드먼턴 현지에서 만난 ‘봉달이’ 이봉주(31·삼성전자)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번이 개인 통산 26번째 풀코스에 도전하는 ‘베테랑’이기 때문일까. 컨디션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지만 조급하거나 긴장하는 기색은 없었다.

3일 ‘피를 말리는’ 식이요법과 최종 마무리 훈련을 마친 이봉주를 그가 묵고 있는 세인트 앨버타의 호라이즌모텔에서 만났다.

-이번에도 국민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 부담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풀코스를 많이 뛰어서인지 그렇게 부담이 가지도 않는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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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은 어떤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현지 적응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데 얼굴엔 여유가 있어 보인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회가 다가와도 크게 긴장되거나 부담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래 운동을 하다보니 경험이 쌓여서 그런 것 같다.”

-에드먼턴의 레이스 코스는 분석해 봤나.

“비교적 평탄하지만 27㎞와 37㎞ 지점에 급경사가 있어 쉽지는 않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오다가 이번 주 들어 날씨가 맑은데 레이스 때 23도 정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더위도 넘어야 할 적이다.”

-승부처는 어디인가.

“마지막 오르막이 끝나는 38㎞지점이다. 이때까지 잘 따라간다면 스퍼트를 시도해 승부수를 띄울 생각이다.” -이번에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부담은 안 되나.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기록이 좋다. 하지만 다 한번씩은 함께 뛰어본 선수들이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다.”

-이번 식이요법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고 하던데.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3일간 소고기하고 물만 먹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이번에도 태극머리띠를 할 것인가.

“내 트레이드마크인데 하고 뛰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누가 가장 보고 싶나.

“여자친구하고 어머니다.”

-여자친구를 먼저 얘기했는데 어머니가 실망하시지 않겠나.

“….”

이봉주는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밝게 웃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한편 오인환 삼성전자 코치는 “봉주가 오른쪽 발등 부상 때문에 한국에서 훈련을 제대로 못했지만 에드먼턴 전지훈련은 잘 소화해 몸 컨디션이 90% 이상 회복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오 코치는 “해발 650m 정도면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은 몰라도 외부에서 오는 선수들은 뛸 때 호흡이 어렵다. 우리는 고지대인 강원 횡계에서 한 달 훈련한 뒤 7월6일부터 에드먼턴에서 훈련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는 현지에 많이 적응한 상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드먼턴〓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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