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구단 스케치]이명훈, 초등생에 어색한듯 입맞춤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59분


22일 중국민항 131편 전세기로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오후 3시15분 김포공항에 도착한 북한 방문단 62명은 처음에는 다소 얼떨떨한 모습이었으나 이내 환하게 웃는 등 밝은 표정들.

▼내외신 열띤 취재경쟁▼

이날 김포공항에는 내외신 기자 수백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8년만에 한국땅을 밟은 북한선수들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 …오후 3시40분경 북한 선수단이 공항 출구를 빠져나오자 현대측이 꽃목걸이를 걸어주는 등 환영 분위기가 고조. 북한 남자선수들은 회색 반코트에 검은 털모자, 여자는 진한 남색 긴코트에 밤색 털모자를 통일해 착용.

○…공항 VIP통로를 통해 북한 방문단 단장인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정몽헌(鄭夢憲) 현대회장과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온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 이명훈은 “몸이 어떠냐” “서울 온 기분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벼운 미소만 지은 채 묵묵부답.

○…송호경부위원장과 이명훈은 다른 선수들이 짐을 찾는 동안 현대그룹 정회장 등과 공항 귀빈실로 들어가 환영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차를 마시며 환담.

송부위원장과 이명훈은 이 자리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제 막 도착했는데 무슨 소감이 있겠습네까”라고 말했지만 입국 직후보다는 긴장이 풀린 듯 밝은 표정. 송부위원장은 “며칠 지나면서 차차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 환영행사에서 현대측 대표인 정회장은 “통일농구대회가 9월 평양에 이어 이번에 다시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은 남북체육 교류의 새로운 시작이자 남북 신뢰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세계적인 이명훈선수가 남한에 그 실력을 보일 수 있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환영. 송부위원장은 답사를 통해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남녘 동포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농구시합은 승패를 가리는 대결의 장이 아니라 하나의 동포임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서로 화합하고 민족공동의 요구대로 통일의 성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명훈은 초등학교 1학년인 남관우군과 강지향양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았는데 어색한 듯 주춤거리다 강양에게 답례로 입을 맞추려고 허리를 숙였으나 큰 키 때문에 몇차례 시도 끝에 겨우 성공.

▼외국원수급 경호▼

○…이날 공항에는 공항경찰대 등 경찰 4개 중대 500여명이 청사 안팎에 배치돼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 20여명의 사복경찰은 북한 방문단이 비행기에서 내려 청사 1층 행사장까지 이동하는 내내 밀착경호했다. 한 경찰관계자는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이처럼 경찰이 긴장하고 많이 투입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웬만한 외국원수급 경호”라며 한마디.

○…개그맨 강석씨를 비롯한 연예인 회오리축구단 회원 20여명은 ‘북측회오리 남측회오리 남북통일 회오리바람’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회오리”를 연호하며 북한선수단을 열렬히 환영.

단장을 맡고 있는 강씨는 “북한 여자농구단과 우리축구단의 이름이 회오리로 같아 환영하기 위해 왔다”며 “농구는 손으로, 축구는 발로 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남북이 손발을 맞춰 통일의 회오리를 일으키자”며 기쁜 표정.

○…북한 방문단 숙소인 워커힐호텔측은 키 2m35의 이명훈 등 1m90이 넘는 북한선수들을 위해 특별침대를 제작.

호텔측은 가로길이가 2m인 일반 침대에 메트리스를 추가로 깔아 2m50의 초대형 침대를 제작. 호텔측은 또 1m90이 넘는 3명의 선수들을 위해 기존 침대에 부목을 대 2m30짜리로 개조.

〈장환수·송상근·전 창·김상훈·김홍중·김호성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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