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스포츠 X파일]끝내 누워버린 박세리의 눈물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04분


‘골프여왕’ 박세리(21·아스트라). 그가 10월31일 쓰러졌다.

박세리는 당시 1년만에 금의환향해 98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이었다. 누적된 피로, 그리고 무리한 국내일정. 이때문에 젖은 솜처럼 늘어진 몸이 1,2라운드 내내 비를 맞는 바람에 쓰러지고 만 것.

6주연속 미국LPGA투어에 출전하고도 끄떡없었던 박세리. 그러기에 그의 갑작스런 병원입원은 충격적이었다.

박세리는 왜 쓰러졌을까. 병원측이 밝혔던 입원사유는 체온이 39도까지 오를 정도로 심한 감기몸살.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주위의 해석은 달랐다.‘정신적 탈진’이 병원행의 이유라는 것.

그는 5월 미국L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봉을 포함해 연간 8억원을 지원받는 데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소속사인 삼성물산이 그를 국내로 불러들일 예정이었기 때문.

때문에 LPGA챔피언십은 당초 미국 고별무대. 그러나 박세리는 이 마지막 기회를 붙잡았다. 이 대회에서도 성적이 신통찮았더라면 박세리에게 오늘은 없었다.

5월18일 첫 우승을 한 박세리는 98US여자오픈에서 명승부를 펼치며 메이저대회 연속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박세리의 성가가 높아지자 국내 모신문사는 자사주최 국내골프대회에 박세리를 출전시키기 위해 매달렸다.

7월의 박세리 국내대회 첫 초청은 실패. 그러나 압력은 집요했다. 결국 박세리는 98삼성월드챔피언십을 마친 뒤 샤워도 하지못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10월27일 귀국했다. 박세리의 당초 귀국예정일은 12월 중순. 얼마나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이었기에 굴복했을까.

“나라고 좋아서 그랬겠습니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 심정을 모를 겁니다. 그동안 우리 세리를 도와준 분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버지 박준철씨의 말 뜻은 알듯 말듯 하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털어놓지 않았다.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습니다. 권력최고층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분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나로선 불가능했습니다.”

이는 삼성물산 세리팀 안호문 팀장의 말. 그도 ‘그 분’이 누구인지는 애써 감추려했다. 골프계에선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털어놓기도 어렵다.

타이거 우즈(23·미국)는 97마스터스 우승후 기념라운딩을 하자는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요청을 “본인은 대회가 끝나면 적어도 1주일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거절합니다”라며 거절했다.

박세리가 시즌 도중 귀국하지 않았더라면 승수를 더 추가했을까. 아무도 그 해답은 모른다.프로선수에 대한 몰이해와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속성. 박세리는 바로 이 두 가지때문에 쓰러진 것이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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