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차-포」뗀 김응룡감독 성적표 궁금

  • 입력 1998년 4월 28일 19시 33분


요즘 해태의 더그아웃을 보면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열렸던 외국인선수 공개모집때의 일이 떠오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밤 비행기를 탄 필자가 호텔에 도착한 것은 오전 6시쯤. 새벽이어서 호텔 로비는 조용했고 손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갑자기 어둠 한편에서 김응룡 감독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한숨만 푹푹 내쉬는 코끼리 감독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옷 차림도 먼 길을 떠날 모습이어서 필자는 다시 한번 놀랐다. 테스트에 응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곧이어 있을 공개지명에 참가해야 할 그가 아닌가.

필자가 “이른 새벽부터 어딜 가십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야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내참 큰일났군, 큰일났어”를 연발했다.

필자는 직감적으로 ‘아, 이종범을 일본에 보내기로 결정했구나’라고 느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김감독의 표정이 선동렬을 일본으로 보낸 직후인 96년 봄 하와이 전지훈련때보다 훨씬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김감독의 탄식처럼 해태는 시즌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연 해태는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언제나 팀전력 이상의 성적을 낸 해태다. 장기로 치면 차포를 뗀 김감독의 올시즌 성적표를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흥미거리가 될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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