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중계 「메이저 對 마이너」 힘겨루기

  • 입력 1998년 4월 13일 08시 10분


‘박찬호 중계’문제를 둘러싼 방송계의 ‘메이저’와 ‘마이너’간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

KBS MBC SBS 등 ‘메이저’방송사의 눈치를 보며 ‘마이너’사인 인천방송(iTV)의 생중계에 제동을 걸었던 문화관광부는 10일 고심 끝에 프로그램 수입추천을 함으로써 생중계를 허용했다. 다만 메이저사와 공동중계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문서약속을 인천방송으로부터 받고 나서였다. 하지만 이는 메이저 리그측과 합의없이 이뤄진 약속이라 추가 중계료 요구가 있을 경우 대응책이 간단치 않다.

방송사들의 대결로 일주일 이상 행정공백이 빚어지면서 시청자들은 지난 8일 새벽 박찬호의 시즌 첫 선발승 경기 등을 ‘불법방송’상태로 봐야 했다. 당시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한국의 국제적인 신인도가 문제되는 터에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측과 한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고 큰 방송사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도 없고…”하면서 불법방송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같은 방송가의 힘겨루기와 방송행정의 혼란은 방송3사를 제치고 인천방송이 독점 중계 계약을 하면서 비롯됐다. 방송 3사는 그동안 과당경쟁에 의한 고액 중계료에 대한 비판여론 때문에 KBS를 창구로 공동교섭을 해왔다. 그러나 최종협상이 결렬된 직후 인천방송이 중계권을 따내자 속이 뒤틀렸다.

방송3사는 인천방송이 계약사실을 밝히면서 중계권료는 공개하지 않자 “우리와 했던 협상보다 많은 외화를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방송이 비공개 방침을 바꾸고 ‘1년 전경기 1백만달러’라고 밝히면서 중계료 논란은 끝났다. 방송3사와 메이저리그측은 ‘1년 전경기 1백50만달러’ ‘3년간 전경기 1천2백만달러’ 등의 조건을 놓고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결국 관계자들을 불러 몇차례 조정회의를 한 끝에 조금씩 양보하도록 하고 수입추천을 완료했다. 수입추천을 받지않은 채 방송을 강행해도 처벌조항이 없어 인천방송이 이미 한차례 방송을 강행, 수입추천을 보류해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박찬호 경기 중계를 둘러싼 메이저 방송사와 마이너 방송사의 1차전 승자는 인천방송. 방송3사와의 공동중계는 어차피 나중 일이고 당장 예정대로 중계를 할 수 있게 됐고 방송협회 회원자격도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천방송은 앞으로 문서약속에 대한 이행 문제로 미국 메이저리그측과 국내 메이저 방송사의 틈에서 호된 2차전을 치를 전망이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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