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경주마 여름나기]『사람만 수영하란 법 있나요』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장마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무더위에 접어든 요즘. 경주마 1천3백여마리를 집단관리하는 과천 서울경마장은 마공(馬公)들의 더위퇴치에 분주하다. 다른 동물에 비해 감각이 예민한 것으로 알려진 말은 더위에도 민감한 편. 달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만큼 더위를 많이 탄다. 봄 가을의 선선한 날씨에도 경주마는 한 경주를 마치고 나면 대개 3,4㎏이 빠지는 것이 통상적인 예. 여름철에는 8㎏이상이 줄어들 정도로 체력소모가 심하다. 매년 여름이면 경주마들에게 닥치는 경계대상 1호는 열사병. 더위를 먹어 정신이 일시 몽롱해지는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심한 경우 탈진과 쇼크사에까지 이르게 하기도 한다. 해마다 열사병으로 보건소를 찾는 말은 10∼20마리. 그러나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말까지 포함한다면 실제는 그 수가 훨씬 더 늘어난다.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린 지난 94년에는 70여마리가 열사병을 앓았다. 더위퇴치의 확실한 처방은 바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있다. 말들이 기거하는 마방 천장에 대형선풍기를 가동하고 자주 환기를 시켜 실내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 더위먹은 말을 찾아내는 것은 관리원들의 주요일과중 하나. 수시로 마방을 순찰하면서 정신이 몽롱해진 말을 찾아내 서늘한 곳으로 옮긴뒤 냉수마찰을 시켜 체온을 내려준다. 또 기온이 올라가는 한낮을 피해 새벽에 훈련을 집중시키고 남은 시간에는 휴식을 취하게 하거나 마사회내 두곳에 마련된 말전용수영장에서 수영을 시킨다. 지난 2일 수영장 개장이후 하루 평균 50여마리가 즐기고 있는 수영은 원형풀을 돌면서 더위를 식히는 동시에 근육도 단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음식을 통한 보신도 여름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인삼 뱀 등 보신재와 영양제를 액체로 만들어 먹이고 경주에 나서기전에는 소금물을 먹여 탈진을 예방해준다. 마사회 마필보건소 최군식 진료팀장은 『더위에 약한 말의 특성상 여름철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위적인 처방보다는 자연적인 생체리듬을 유지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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