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사칭사기 피해 급증…10개월간 225건 총 4억3630만원 신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3일 15시 28분


“과태료 물린다” 소상공인 겁박도
“선입금 요구 의심…센터로 신고”

서울지방경찰청 입구.   서울=뉴시스
서울지방경찰청 입구. 서울=뉴시스
“공무원이라며 전화를 거신 분의 설명이 워낙 구체적이라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죠.”

서울 송파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광호 씨는 올해 3월 공무원 사칭 전화를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16일 이렇게 말했다. 사칭범은 김 씨에게 특정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긴급 소방 안전 점검 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설비 구매를 유도했다. 당시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소공동 캡슐호텔 화재로 외국인 관광객 1명이 숨지자 정부가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김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사칭범이 소개한 소방설비 업체에 연락했다. 해당 업체는 김 씨에게 소화기 등을 구매하려면 600만 원을 선입금하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집사람이 ‘사기 같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야 의심이 들었다”며 “바로 송파소방서에 직접 전화해보니 ‘절대 돈 보내면 안 됩니다’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올해 피해 신고 접수만 191건

이처럼 서울시 공무원을 사칭하는 사기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시 공무원 사칭 사기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모두 225건이다. 서울시는 공무원 사칭 피해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공정거래종합상담센터(1600-0700)에 전담 신고 창구인 공무원 사칭 사기 피해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전체 신고 가운데 17건에서는 실제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금액은 총 4억3630만 원으로 추산된다. 피해 규모는 업체마다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9000만 원에 이르렀다. 범행 대상이 된 중·소상공인 업종도 의류·주방용품·문구 등 유통업부터 인테리어·광고·제조·음식점·조경·청소·전기공사 등으로 다양했다.

피해 신고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7~9월) 25건, 4분기(10~12월) 9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올해 1분기(1~3월) 91건으로 늘었고, 4월 한 달에만 100건이 접수됐다. 120다산콜센터로 접수된 공무원 사칭 관련 상담 건수도 올해 1분기 212건으로 지난해 연간 상담 건수(381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시는 신고센터 인지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실제 공무원 사칭 범죄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가 집계한 피해는 서울시를 통해 접수된 사례만 포함한 것으로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공사·재단 등 서울시 산하 기관에만 신고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기 건은 더 많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김명선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서울시에 알리지 않고 경찰에만 신고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공무원은 대리구매‧선입금 요구 절대 안 해”

센터에 따르면 사칭범들은 주로 가짜 판매업체를 소개한 뒤 물품 대금을 선입금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을 쓴다. 유형은 △감사위원회 대응을 이유로 해당 물품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압박하는 ‘압박형’ △예산 절감을 이유로 소상공인 할인 대리구매를 부탁하는 ‘호소형’ △수의계약 업체 선정을 약속하며 대리구매를 요청하는 ‘유인형’ △소화설비를 비치하지 않으면 안전 점검 때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겁주는 ‘겁박형’ 등으로 나뉜다. 사회적 이슈를 범행에 활용하거나 인공지능(AI) 기술로 명함과 공문서를 위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사칭 사기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올해 1월에는 센터에 접수된 13건의 신고를 수사기관에 형사 고발했다. 김 과장은 “서울시 공무원은 어떤 경우에도 물품 대리구매나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의 신분이 의심될 경우 담당 부서나 공무원 사칭 사기 피해 신고센터에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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