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때 사고, 고의-중과실 없으면 교사 처벌 안한다

  • 동아일보

교육부, ‘면책범위 확대’ 법 개정 추진
사고땐 변호사 지정-소송 일괄 지원
교원단체 “사실 입증 여전히 교사 몫
교육현장 불안감 해소하기엔 역부족”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05.28 세종=뉴시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05.28 세종=뉴시스
소풍, 수학여행 등 학교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교사가 민형법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연말까지 관련 법이 개정된다. 안전사고가 나면 정부가 즉시 교사에게 변호사를 지정해 상담부터 소송까지 법적 대응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현장체험학습 축소 움직임을 두고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고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조치다.

교육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현장체험학습 도중 벌어진 안전사고와 관련해 교사의 면책 범위를 대폭 넓혀주는 것이다. 소풍, 수학여행을 비롯해 운동장 체육 활동, 실험실 실습 등 학교 안팎의 교육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기존 ‘학교안전법’(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는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교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사전 예방조치 부족 등을 이유로 교사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학교안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 같은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별도 수사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영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수사 단계부터 고의·중과실 면책 조항의 취지가 반영될 것”이라며 “교원의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든 경우에 대해 두껍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학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지원도 강화한다. 사고 발생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전담 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까지 일괄 지원하기로 했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해 교원의 소송 비용과 배상 책임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장체험학습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교사 행정업무 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현장체험학습의 보조인력 기준을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늘린다. 모든 교육지원청에서 전담 인력을 배치해 교사가 하던 계약, 보조인력 배치, 안전점검 등 업무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국회와 협의해 올 하반기 중으로 법 개정 작업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는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이번 대책이 현장 교사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현장체험학습을 활성화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 방안은 교원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이중 책임 구조”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학교안전법에 교사가 사전에 기본적 의무를 다했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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