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까지 추적…‘신정동 연쇄살인범’ 20년만에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1일 14시 28분


진범은 10년전 숨진 60대 빌딩관리인
경찰, 1500여명 DNA 대조했지만 실패
사망자까지 조사 대상 넓혀 용의자 특정
화장으로 유골 확보 불가능하자
생전 이용 병원서 DNA 찾아 최종확인

지난 2005년 경찰이 서울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지난 2005년 경찰이 서울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경찰이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20년 만에 찾아냈다. 범인은 당시 사건 현장 빌딩 관리인이던 60대 남성 전모 씨였다. 그는 2015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전 씨가 2005년 6월 6일과 11월 20일 신정동 한 빌딩에서 각각 20대 여성 B 씨와 40대 여성 C 씨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두 피해자의 시신을 쌀 포대·비닐·돗자리 등으로 감싼 뒤 승용차로 옮겨 인근 노상 주차장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이후 경찰은 8년간 현장 감식, 유전자 감정, 수배 전단 배포, 공사 현장·전과자 탐문 등을 진행했으나 범인을 못 찾고 2013년 미제사건으로 전환됐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경찰청 미제사건 팀은 2016·2020년 국과수 재감정 과정에서 두 사건 속옷·노끈에서 동일 DNA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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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장 탐문, 동일 수법 전과자, 신정동 전·출입자 분석 등을 통해 총 23만여 명을 조사했고, 1514명의 DNA를 채취·대조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이후 사망자까지 후보군을 넓혀 56명을 검토한 끝에 전 씨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 씨가 10년 전 이미 사망한 후 화장돼 유골 확보가 불가능 하자 경찰은 전 씨가 생전 이용했던 경기 부천·광명·시흥 지역 병의원 등 40곳을 탐문해 보관 중이던 파라핀 블록과 슬라이드를 확보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 연쇄살인 증거물 DNA와 전 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씨는 1·2차 사건 외에도 성범죄 등 강력범죄 3차례의 전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재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4팀장은 “앞으로도 경찰은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장기 미제사건의 진실을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끝까지 규명하겠다”며 “오랜 시간 경찰을 믿고 기다려주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은 한 방송을 통해 이른바 ‘신정동 엽기 토끼’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경찰은 전 씨가 ‘엽기 토끼 사건’의 범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시 전 씨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였기 때문에 해당 납치 미수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정동#엽기토끼#연쇄살인#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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