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기자 2명은 지난달 18일 논알코올 맥주를 마신 뒤 몸의 변화를 느껴보고 음주측정기를 이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봤다.
“마시다 보니 알딸딸한데, 운전해도 괜찮을까.”
직장인 이모 씨(34)는 지난주 큰 프로젝트를 끝낸 뒤 동료들과 오랜만에 마련한 회식 자리에서 ‘논알코올(비알코올) 맥주’를 마셨다가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알코올 함량이 거의 없는 논알코올 맥주를 음료라 생각하고 마셨는데 한 두 잔이 넘어가자 취기가 오르는 느낌을 받은 것. 그는 “운전을 못할 만큼 취했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알코올이 아예 없는 게 아니다보니 술 마신 기분은 나더라”며 “결국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고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논알코올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 원에서 2023년 644억 원으로 2년 만에 55.2% 성장했다. 2027년에는 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문화가 사라지고 ‘건강을 해치며 술을 마실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논알코올 맥주를 마신 뒤 취기를 느꼈다는 글. 블라인드 캡처 논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하나도 없다’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한국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이 전혀 없을 경우 ‘무알코올’, 1% 미만일 경우는 ‘논알코올’로 분류된다. 즉, 논알코올 맥주에는 알코올이 들어있다. 다만 주세법상 ‘술’이라고 부르기 위해선 알코올이 1% 이상 함유돼야 한다. 이에 둘 다 주류가 아닌 ‘성인용 음료’로 분류된다.
● 3캔 마신 뒤 0.00%…심박수 올라가고 취기는 느껴졌다
‘술인 듯 술 아닌 술 같은’ 논알코올 맥주에 대한 운전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실제로 다수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논알코올 맥주를 마시고 운전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이를 두고 “알코올이 소량이나마 들어갔으니 당연히 안 된다” “알코올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기 때문에 운전하는 데 전혀 지장 없다” 등 의견은 엇갈린다.
논알코올 맥주를 판매하는 온라인 업체는 ‘마시고 운전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일반 맥주 1잔(500ml, 알코올 함량 4.5%)의 알코올 수치가 나오려면 논알코올 맥주 330ml 기준 약 126캔 이상을 마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운전해도 된다”고 명시하진 않았으나 ‘음주측정에 걸리지 않으니 운전해도 무방하다’는 취지다.
이날 마신 맥주는 ‘기네스’(440ml, 알코올 함량 1% 미만)와 ‘클라우드 논알콜릭’(350ml, 0.3% 이하), ‘하이트 제로 0.7%’(350ml, 0.7%) 등이다. 한 사람당 3캔의 논알코올 맥주를 마셨다. 논알코올 맥주를 단순히 음료로만 보고 운전대를 잡아도 될까.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기자 2명은 지난달 18일 논알코올 맥주를 마신 뒤 몸의 변화를 느껴보고 음주측정기를 이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봤다. 이날 마신 맥주는 ‘기네스’(440ml, 알코올 함량 1% 미만)와 ‘클라우드 논알콜릭’(350ml, 0.3% 이하), ‘하이트 제로 0.7%’(350ml, 0.7%) 등이다.
맥주캔을 따는 순간 일반 맥주와 같은 향이 코끝에 퍼졌다. 목넘김과 맛도 일반 맥주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흡사했다. 1캔까지는 무리가 없었으나 2캔을 마시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논알코올 맥주는 약 80분에 걸쳐 1인당 3캔씩 마셨다. 이후 서로에게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럭시워치7로 심박수를 확인한 결과 최대 125bpm까지 올랐다. 맥주를 마시기 전 심박수는 100bpm 수준이었다. 두 명의 평소 주량은 소주 반 병에서 한 병 사이다. ‘이정도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서 음주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맥주를 다 마신 지 20분 만에 자체 음주측정에 나선 결과, 두 명 모두 0.000%가 나왔다. 10분 뒤 다시 측정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이면 면허 정지, 0.08%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기자 2명은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80분간 1인당 논알코올 맥주 3캔씩을 마셨다. 이 중 한 명의 심박수를 확인한 결과, 오전 11시대에 최저 103bpm에서 최고 125bpm까지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사람 따라 분해 능력 달라…미량이어도 운전대 잡지 말아야”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논알코올 맥주를 마시고 취기 등을 느낀 것에 대해 “심리적인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곽 명예교수는 “알코올이 거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논알코올) 맥주향 등이 과거에 마셨던 (알코올 함량 높은) 술을 상기시켜 주지 않겠느냐”며 “실제 몸이 반응하는 것보다 더 과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몸의 반응은 운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곽 명예교수는 “기계라면 반응이 없을 수 있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술 마신 기분을 내다보면 운전할 때도 용감해지고 과감해질 수 있다”고 했다.
경찰도 논알코올 맥주를 마시고 운전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고 마신 양과 그날의 컨디션 등에 따라 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며 “단속에 걸릴 수준이 아닌 미량의 알코올이라도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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