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간 韓 바다 온도 상승, 지구 평균의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5일 03시 00분


지구 평균 0.74, 韓은 1.58도 올라
여름철 폭염이 수온 상승 주원인
난류 유입 동해 2.04도 최대 상승
멸치 18%-살오징어 42% 어획 줄어

1968년 이후 지난해까지 57년간 우리나라 바다 수온이 전 지구 평균보다 2.1배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 규모가 역대 가장 컸는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이보다 더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4일 우리나라 해역 기후변화 현황과 이에 따른 해양 생태계, 수산업 영향 등을 분석한 ‘2025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주변 표층수온은 1.58도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7개 정점에서 각 14개 표준 수층을 매년 6회 반복 조사한 결과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수온이 0.74도 올랐다.

국내 바다 가운데 동해 수온 상승 폭(2.04도)이 가장 컸다. 이는 지난해 6∼8월 동해에 평년(30년 평균) 대비 20% 높은 난류가 유입되면서 열에너지 공급이 늘어난 결과다. 서해는 1.44도, 남해는 1.27도 올랐다.

수온 상승의 주된 원인은 여름철 폭염이 거론된다. 태양열을 받아 표층 수온이 높아지면 밀도가 높은 찬물은 깊은 바다에 남는 성층(成層)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고수온 특보는 71일간 이어지며 2017년 고수온 특보 발령제 이후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고수온은 해양 기초 생산력을 낮춰 어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 생산력을 나타내는 클로로필-a(세균을 제외한 모든 광합성 생물에 존재하는 엽록소) 농도는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21.6% 줄었다.

고수온에 따른 어업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양식업 피해가 크다. 고수온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급 고수온으로 인해 양식생물 피해액이 1430억 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어획량도 줄었다. 2024년 멸치 생산량은 12만 t으로 전년(14만7800t) 대비 18.8% 줄었다. 고수온이 이어지면서 멸치 먹이들이 녹아버린 것. 수온 변화에 민감한 갈치와 살오징어는 각각 26.7%, 42.3%씩 어획량이 줄었다.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84만1000t으로 연간 150만 t가량의 어획량을 올렸던 1980년대의 절반 수준이다.

고수온은 어업인과 해안 피서객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황어, 민달고기 등 난류성 어종을 먹이로 하는 상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동해안에서 잡힌 상어는 2022년 1마리에 그쳤지만 2023년 15마리, 2024년 44마리로 늘었다. 고수온이 심각했던 지난해 7월에는 사람을 공격하는 청상아리와 청새리상어가 집중적으로 출몰했다.

해로운 해파리 유입도 늘었다. 지난해 독성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는 2015년 이후 최대 출현량을 기록했다. 어획량 감소 요인이 되는 보름달물해파리는 예년보다 한 달 앞서 주의보가 발령됐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기후변화는 우리 바다와 수산업 전반에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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