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교수, 공무원법 따라 사직 불가” 교수들 “민법상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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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의과대학 개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개강을 시작한 대전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에 한 교수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24.4.22 뉴스1
정부는 이달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해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학 총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고 이 경우 사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교수들은 “민법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부터 교수들이 연쇄적으로 병원을 이탈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선 결국 소송을 통해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수술과 진료를 멈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정부 “사직 불가” vs 교수들 “가능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대학 본부에 사직서가 일부 접수됐지만 수리 예정인 사례는 없다”며 “(총장이) 수리하지 않으면 사직서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박 차관은 “국립대 교수는 국가공무원이고, 사립대 교수도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게 돼 있다”며 사직서 제출 한 달 뒤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국립대는 임용권자인 총장이 수리하지 않으면 교수는 사직할 수 없다”며 “사립대 교수도 사립학교법을 적용할 경우 대학 총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그만둘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의사단체는 사직 통보 후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660조를 들며 반박한다. 성균관대 의대 최용수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수들은 사용자인 대학이나 병원과 근로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민법이 적용된다. 당연히 사직 효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사립대 의대 교수는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립대 교수의 경우 근로 계약 해지에 관해서도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법이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 총장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수들이 항의하며 소송을 낼 경우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장 25일부터 병원을 이탈하는 교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교수들이 수술이나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23일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열고 30일부터 매주 1회 수술과 진료를 멈추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누적된 피로를 감안한 조치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두 교수도 최근 진료실에 “사직 희망일은 2024년 8월 31일이다.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내드리고자 하니 희망하는 병원을 알려 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충남대병원도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대부분의 외래와 수술을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 환자들 “항암 치료 대신 호스피스 병동행”

환자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최희승 췌장암환우회 부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암이 4기 이상 진행돼도 항암 치료를 받아 4, 5년 더 살기도 했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후엔 병원이 환자에게 바로 호스피스 병동을 제안하거나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내원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 차관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자율 감축이 정부의 마지막 제안이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그렇다”며 의사단체의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 ’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의사단체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논의나 1년 유예를 주장하기보다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내달라”고 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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