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정, 의제 제한않고 대화를”… ‘2000명 증원’ 재론 가능성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尹 , 의료계에 ‘내년도 예산 논의’ 제안

병원 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6일 충북 청주시 한국병원을 방문해 심혈관센터를 둘러보며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병원 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6일 충북 청주시 한국병원을 방문해 심혈관센터를 둘러보며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의정 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국민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서 좋은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2000명 증원 협상 불가’ 방침에 의료계가 극렬 반발해 한 달 넘는 극한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증원 규모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숫자 문제는 변경될 수 없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건강을 위해 의사 증원을 포함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답했다.

한 위원장이 정원 문제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증원 규모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더해 ‘정권 심판론’이 우세한 총선 판세를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의료계는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소통을 강조했다. 또 참모진에게는 “의료계를 향해 내년도 의료 예산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을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를 비롯한 비수도권에 중점 배정하는 등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정원 조정과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전공의-교수대표 참석 0명… ‘반쪽’ 된 총리 의정대화


[의료공백 혼란]
서울대 총장 등 “2000명 풀어야”
韓총리 “증원 규모 조정은 어렵다”
의사단체 “총선용 보여주기 아니냐”
중앙대-건국대 교수 줄사표 동참

의대 간 총리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유홍림 서울대 총장(왼쪽)과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등을 만나 의료개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의대 간 총리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유홍림 서울대 총장(왼쪽)과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등을 만나 의료개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회의를 1시간으로 계획했는데 2시간 15분 동안 진행했다. 굉장히 유익했고 계속 접촉하며 회의체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의료계·교육계와의 대화를 마친 후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 교수 대표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직서를 낸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의대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면서 협의체를 만든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날도 전국 의대 곳곳에선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이틀째 이어졌다.

● 총리 ‘협의체’ 제안에 의사들 ‘냉담’

한 총리는 이날 유홍림 서울대 총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윤동섭 연세대 총장을 포함해 대학 총장 6명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등을 만나 교수 사직 및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 측에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한 참석자는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이 유급되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전했다. 참석자 상당수는 “증원 2000명에 묶여 있는 한 대화가 어렵다”고 건의했으나 한 총리는 “대학별 정원 배정이 끝나 증원 규모를 조정하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에선 이번 만남을 ‘총선용 보여주기’로 간주하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간담회 참석 요청을 받고도 불참한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 겸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대학 총장과 병원장 위주의 만남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려워 보여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확대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도 확대되고 있다. 전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나선 데 이어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논의 끝에 28일에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도 26일 회의를 열고 조만간 사직서를 낸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앙대와 건국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은 근무시간을 주 80시간 안팎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진료도 축소할 방침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이날 전국 대형 병원에 공문을 보내 “의료인의 과중한 업무로 환자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움직임에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을 산하에 둔 울산대 의대 관계자는 “중증이거나 이미 예약된 환자들을 생각하면 당장 진료 시간을 줄이는 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래 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국민의힘 “타협 방안 여럿 있어”

의대 교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와 의사단체를 향해 강 대 강 대치를 멈추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보완해 모두가 공감할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전공의와 학생들은 내일이라도 복귀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악화되는 민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제 제한 없이 건설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며 의대 증원 조정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혔다. 당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정원은 2000명이어도 다 뽑지 않는 등 의정이 타협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의대증원#의정대화#의료개혁 현안 논의#사직서 제출 확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