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응급실 걸어오면 퇴짜?…“심근경색 모르나”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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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13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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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근경색 환자 119이송 45% 정도
"걸어들어오는 환자라도 모두 경증 아냐"
"경증환자 이용 줄도록 정책적 유도해야"

ⓒ뉴시스
정부가 전공의 미복귀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계기로 ‘걸어 들어오는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일분일초를 다투는 응급질환인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환자의 절반 가량은 직접 응급실을 찾고 있어 정교하고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9 구급대로 이송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응급실을 이용하는 전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45.3%에 그쳤다. 또 응급실을 이용하는 전체 급성 뇌졸중 환자의 53.8%만이 119 구급대를 통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앞서 정부는 직접 응급실까지 갈 수 있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라면서 대형병원 대신 지역 응급실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데다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관건인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환자의 절반 가량이 응급실을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A 전문의는 “도보 내원 환자라고 해서 모두 경증 환자가 아니다”면서 “급성 심근경색증, 대동맥 박리, 급성 뇌졸중, 패혈증 쇼크 등 중증 응급 환자가 자가용이나 택시 등을 이용해 (응급실로)걸어 들어오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19구급대가 이송하거나 다른 병원에서 전원되는 환자만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수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인데, 119구급대에 경증 환자의 응급 신고가 폭주해 오히려 중증 응급·외상환자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 전문의는 “도보 내원을 무조건 제한하면 너도 나도 119구급대에 응급 신고를 해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할 것”이라면서 “소방공무원인 119구급대가 이송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지만, 거절하면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이송료를 내고라도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2차병원 의사들이 대형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며 진료 의뢰서를 요구하는 환자·보호자들과 중증응급 환자의 전원 의뢰로 업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의료시스템을 제대로 확립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 전문의는 “119구급대가 이송해도 Pre-KTAS(119구급대가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체계)가 4,5등급이고 응급의학과 의사가 중증도를 분류하는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도 4~5등급(준응급·비응급)인 환자에 대해 본인 부담률을 인상하거나, KTAS 4~5 등급 비응급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진찰료 수가를 별도로 만들어 추가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KTAS 4,5 등급 비응급 경증 환자의 경우 응급진료 거부 금지의 예외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에 명문화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이렇듯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줄어들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중증 응급 환자에 대한 수가 인상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거점 병원에서도 체계적인 응급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방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 응급실에 근무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입원 환자 수는 전공의 사직 이전과 비슷하다”면서 “2차에서 전원오는 중증환자, 2차 병원에서 수용이 불가해 119 구급대가 부탁한 환자, 스스로 응급이라 판단하고 걸어오는 환자가 섞여 아수라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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