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건물 들이받은 택시에 불이…화염 속 몸 던져 기사 구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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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3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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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9시 40분경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내리막길에서 전기차 택시가 가게를 들이받은 뒤 충격으로 불이 나자 유세림 씨가 택시기사를 구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2일 오후 9시 40분경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내리막길에서 전기차 택시가 가게를 들이받은 뒤 충격으로 불이 나자 유세림 씨가 택시기사를 구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 한 시민이 화염에 휩싸인 택시로 뛰어들어 택시기사의 목숨을 구했다.

23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0분경 연제구 연산동 한 교차로에서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던 전기차 택시가 1층 가게를 들이받았다. 충돌 직후 택시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차량 앞쪽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차량 내부로 번졌다. 70대 택시기사 A 씨는 문을 열긴 했지만 안전벨트를 풀지 못해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친구와 통화하며 귀가 중이던 유세림 씨(34)는 ‘쾅’하는 큰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유 씨가 불길이 치솟는 택시에서 택시기사를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유 씨가 불길이 치솟는 택시에서 택시기사를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A 씨의 옷에까지 불이 옮겨붙은 것을 본 유 씨는 재빠르게 택시를 향해 뛰어갔다. 이어 불길이 번진 택시 속으로 몸을 집어넣어 A 씨의 손을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유 씨는 “택시 문은 열려 있는데 안전벨트 때문인지 기사분이 왼쪽 발만 바깥에 빼놓은 채 나오질 못하고 있더라”며 “옷까지 불이 옮겨붙은 상태여서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불이 엄청 크게 나서 그저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시민이 택시기사 몸에 붙은 불을 소화기로 끄고 있다.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시민이 택시기사 몸에 붙은 불을 소화기로 끄고 있다.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유 씨 도움으로 차량에서 빠져나온 A 씨의 온몸 여기저기엔 흰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때 또 다른 시민이 달려와 A 씨와 택시에 소화기를 분사했다.

이 사고로 A 씨는 안면부와 팔, 다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불은 택시와 가게를 태우는 등 약 52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50여 분 만에 진화됐다.

119 소방대원들은 전기차 주변으로 이동식 침수조를 설치해 물을 채운 뒤 차체 하부 배터리 부분을 담그는 방식으로 불을 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택시기사가 잠시 패닉 상태를 보여 행인이 운전자를 신속하게 구조해 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민 도움으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제경찰서는 A 씨를 구한 시민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A 씨는 “사고 당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차량 결함 여부 및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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