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시설 ‘기억의 터’에 설치된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73)의 작품 철거에 나섰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위안부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하며 철거를 막았다.
서울시는 4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최근 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 씨의 조형물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서울 중구 기억의 터에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는 추모 공간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임 씨의 작품을 남겨두는 건 생존해 계신 위안부뿐 아니라 시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철거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현장에 포클레인 등을 동원해 철거를 시작하려 했지만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단체들이 오전 7시경부터 집회를 열며 철거 작업을 막아섰다. 정의연은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보라색 천으로 임 씨의 작품 두 점을 덮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의연은 “해당 조형물은 수많은 추진위원과 여성 작가들이 모금에 참여해 만든 집단 창작물”이라며 “서울시가 임옥상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정의연 회원들이 철수한 뒤 본격 작업에 돌입해 이르면 5일까지 철거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의 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의미를 변질시킨 임 씨의 조형물만 철거하는 것”이라며 “작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설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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