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수출을 이끈 한우 개량 기술의 고도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1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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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의 신박한 농업 이야기 1편-한우

농촌진흥청 국립 축산과학원 제공


흔히 한우는 내수용으로만 소비된다고 알고 있지만 한우도 어엿한 수출품이다. 한우는 이미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 등에 44t 정도가 수출됐고 지난 6월부터는 말레이시아에도 한우가 수출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부터 3년간 매년 600t 규모의 한우를 수입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과도 추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 한우개량사업 관련 기술의 발전
과거 농경문화 속 밭일을 도와주던 일소가 어떻게 명품 식재료이자 수출 상품으로 거듭났을까? 그 이면에는 한우개량사업에 관련된 기술 발전이 있었다.

1960년 한우를 본격 육성하려는 방안으로 한우개량사업이 시행됐다. 한우경진대회 및 인공수정소가 운영되고 가축보호법이 제정됐으며 이는 한우의 혈통 보존 및 육종 관련 기술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1969년 종축개량협회가 개최한 한우챔피언대회는 우수한 한우의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입선된 소들을 비싼 값으로 사들여 가축개량사업소에서 종자 육으로 사육했다. 그중 우수한 소를 씨수소로 선발해 개량하기 위함이었다.

농업을 돕던 한우가 식재료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한우가 순종 개량과 외래 육용종과의 교잡을 통해 고기소(육용)로 개량된 시기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는 개량된 암소 집단을 육성하는 방안까지 추진됐다. 우수한 씨수소를 골라낼 수 있도록 자손의 능력까지 검사하는 후대검정사업을 실시해 향상된 씨수소 선발 체계와 암소개량집단을 조성한 것이다.

1990년대에는 가축개량의 성숙기와 함께 개량 목표 역시 높아졌다. 과학적인 유전능력 평가시스템이 도입됐고 한우의 육종 방향이 순종 한우의 육질을 고급화하는 쪽으로 설정됐다. 씨수소의 부모, 형제, 자매, 자손의 모든 정보에 대한 통계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한우산업 체계가 정착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60년대 이후 30년간의 투자 효과로 인해 1987~2010년까지 461두의 보증씨수소가 선발됐고, 2000년대에 IT 기술이 접목된 한우능력관리시스템과 유전체 분석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송아지 때부터 한우의 능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 한우의 맛, 사양기술이 비결
한우의 맛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축산 선진국인 미국이나 호주산 소고기는 물론이고 일본의 와규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사양기간이 더 길고, 육질 등의 품질이 더 좋기 때문이다.

한우는 육질등급이 높아질수록 지방함량은 증가하고 수분함량은 낮아진다. 등급이 높은 경우 15~20% 정도의 지방을 함유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줄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특성을 보인다. 나아가 이력 추적시스템의 체계화 등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체계 또한 잘 갖춰져 있다. 한우는 면역력 향상에 이바지하는 함유 황 아미노산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여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맛있는 한우를 만들기 위해선 사양(한자 추가) 기술 역시 중요하다. 사양은 ‘알맞은 영양소를 공급해 가축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하는 과정’이다. 1960년대만 해도 국내에선 볏짚, 콩깍지, 쌀겨 같은 농업 부산물로 소를 키우는 형편이었다. 1970년대 사료 제조산업이 조성되며 배합사료가 등장했고, 1980년대 영양소 요구량 연구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사양기술의 근간이 확보됐다. 1990년대 들어 축산물 수입 개방화에 대응하기 위해 축산물의 품질 고급화, 사료 자원 이용의 극대화, 친환경 축산, 생명공학 기술의 이용, 정보화 기술 개발 등이 이뤄진 배경도 사양관리 및 영양 사료 연구가 발전하는 데 일조했다.

한편, 한우가 해외로 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한국형 등급 체계의 개발이 필요하다. 기존의 근내지방량으로만 평가하는 등급 체계에서 고기 안의 작은 지방 입자들이 골고루 퍼져 있는 섬세도를 평가하는 등급 체계로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한우의 이력 추적 시스템과 근내지방 섬세도 데이터를 이용하면 단기간에 한국형 등급 체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외국산 소고기의 수입 관세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간과해선 안 되는 대목이다.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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