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우주항공으로 글로컬 대학 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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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환 제주대 총장 인터뷰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올해 국립대 최초로 4개 단과대학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제주대 발전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김 총장은 
“제주도는 관광과 더불어 대학이 성장의 중심이 되는 전략을 펼칠 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제공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올해 국립대 최초로 4개 단과대학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제주대 발전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김 총장은 “제주도는 관광과 더불어 대학이 성장의 중심이 되는 전략을 펼칠 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제공
“대학이 살아야 도시가 흥한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강조하는 제주대의 발전 이유다. 김 총장은 미국 피츠버그를 제주도가 발전해야 할 롤모델로 꼽는다. 제조업을 하기 힘든 제주도에서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몰락으로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 도시였던 피츠버그는 카네기멜론대와 피츠버그대의 의약·바이오를 중심으로 발전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됐다.

제주대는 지난달 정부의 지방대 핵심 정책인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탈락했지만, 김 총장의 혁신 의지는 오히려 더 세졌다. 예비 지정에 합격한 15개 대학의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본 후 제주대 보고서의 허점을 찾았고, 내년에 어떤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지 방향이 섰기 때문이다. 16일 김일환 총장을 제주대 총장실에서 만나 제주대의 발전 방향을 들었다.

수요자 중심 대학으로 거듭날 것
-글로컬 대학 30 탈락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혁신성이 부족했다. 공과대 생명대 자연대 해양대 등 4개 단과대학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계획이 평가받을 것으로 착각했다. 우리 보고서에는 왜 통합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전략이 없었다.”

-내년 글로컬 대학 30 전략은 무엇인가.

“제주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통합되는 4개 대학의 31개 학과를 지역 주력 산업인 바이오, 에너지, 우주항공에 맞도록 재구조화하는 것과 연계돼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학 교육이 이바지해 제주도민과 학생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바이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그린 바이오, 레드 바이오, 해양 바이오다. 제주대에는 바이오 분야별로 국내 최고 그룹이 있다. 이 그룹과 2025년 출범하는 4개 단과대학 통합 대학인 과학기술융합대학이 융합해 ‘바이오 제주’가 되도록 하겠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바이오 분야에 1조 3000억 원을 투자해 전략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있는데 대학의 목표도 같다.”

-그린 바이오는 어떻게 육성하는가.

“제주도는 육상, 해상 자원이 풍부하고 이를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지역이다. 한국 식물 자원의 60%가 제주도에 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제주 생물종다양성 연구소, 제주 국가 생약 자원관리센터, 제주대 아열대 원예산업연구소,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등 국가와 대학이 운영하는 특화된 연구소가 많다. 도내 바이오 연구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 안에 첨단 바이오 융합연구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교수진과 국내에서 톱 5%에 들어가는 교수진을 채용하고 박사급 연구원 등을 합치면 200여 명으로 구성된 바이오 연구 허브가 될 것이다.”

-레드 바이오와 해양 바이오의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가.

“레드 바이오는 지금도 천연물 기반 기능성 의약품과 화장품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약대, 의대, 자연대가 공동으로 농촌진흥청, 식약처 등과 연계해 천연물 기반 신약 후보 물질 연구에 나설 것이다. 의대가 유전체 분석 전문 연구기업인 인바이츠지노믹스와 ‘제주지놈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 중인데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영돈 교수가 이끄는 해양 바이오는 어류 자원의 식량화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교수는 최고급 어종인 붉바리 양식화에 성공했으며, 어류 질병 분야에도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육식보다 수산물을 선호하는 이슬람 국가들에서 기술 이전이 요청이 오고 있다.”

위성 발사 해상 플랫폼… 제주대 우주항공특화 기반
-제주도의 우주항공산업 육성은 의외인데.

“위성 발사에 유리한 요건을 활용해 제주도가 우주 항공발사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제주 남쪽 바다에 해상 발사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제주도는 적도에 가깝고, 해상 발사여서 주변에 추진체 파편 낙하 피해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우주항공산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우주항공은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물리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이들 전공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 작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부분 및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3차원으로 복원하는 전문기업인 아이옵스 등 기업과 MOU를 맺고 우주항공 분야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발사 후 위성을 추적하는 안테나들이 제주에 많이 깔리고 있고, 위성 관제 기업들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또 발사하려면 조립 과정에 관여하는 엄청난 수의 하청 업체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몰려오는 건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의미다. 제주대에서 공부하면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는 공식이 생길 것이다.”

-정부가 최근 교육부에서 파견한 사무국장을 원대 복귀시켰다. 대학 자율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재정권과 인사권이다. 총장이 대학 발전을 위해 재량껏 쓸 수 있는 권한과 돈이 없다. 총장이 쓸 수 있는 돈은 간접비에서 뗀 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재정권이 없어 우수 교수 영입과 필요한 연구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총장의 의사 반영이 힘들다. 대학이 사무국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사무국장 풀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하면 좋겠다. 인사권을 교수와 일반직 직원에게도 행사해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IB 적극적으로 지원
-지난달 약대 수의대의 지역균형선발에 수능 최저 기준을 없애 2026학년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 5월 보직교수들과 IB DP(IB 고교과정)를 운영하는 표선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IB 프로그램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걸 확신했다. 수업을 참관하면서 작년 말 표선고 출신 학생들이 도내 수학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오면 제주대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킬러 문항이 문제가 됐을 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표선고를 방문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IB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걸 보고 공교육 정상화에 국가거점국립대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학 위주의 교육을 변화시키려면 꺼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IB가 좋은 대안이라고 봤다. 그래서 제주대의 간판 학과인 약대, 수의대의 지역균형선발에 수능 최저 제한을 푼 것이다. 제주대의 새로운 입시 전형은 학생의 가능성을 중시하는 데 있다. 그래서 새 전형은 꼭 IB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제주도의 모든 고등학생을 위한 것이다. 성적과 순위만을 따지는 한국 교육이 바뀌는데 제주대의 입시 변화가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떻게 IB를 뒷받침할 것인가.

“의대에도 지역균형선발에 수능 최저 없는 전형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2024년부터 사대에 ‘글로컬 교사 양성 교육센터’를 설립해 IB 교사 양성에 나선다. 의대에 수능 최저 없는 전형이 도입되면 공교육만으로도 의대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학교 현장에 던져 한국 교육이 바뀌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김일환 총장은
1962년 제주 출생
중앙대 전기공학 박사
제주대 전기공학과 교수
제주대 공대학장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제주=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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