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교사 분향소에 추모 발길…“하늘에선 평안하길”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21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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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
서이초 임시 분향소도 그대로 유지
"선·후배의 일…동료로서 너무 미안"
"선생님 생각나서 왔다"는 학생들도

극단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저연차 담임교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21일 서울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조문객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근조화환 약 100여개가 늘어선 분향소의 공식 운영시간은 이날 오전 10시부터였지만, 8시께부터 조문객들이 방문해 ‘하늘에서는 평안하세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등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헌화가 시작된 오전 10시께 이곳을 찾은 한국교원대 1학년 김모(19)씨는 “친구나 동기, 선후배의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벽부터 출발해 오게 됐다”며 “교사의 꿈을 갖고 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이 요즘 사건들을 보며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거나 사교육으로 가겠다는 말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문 안쪽에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에도 추모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서이초는 당초 이날 방학식을 열 계획이었으나 전날 긴급 학부모 투표를 열고 과반 의견에 따라 하루 앞당겨 방학식을 진행한 상태다.

학교 담장을 따라 500m 가량 전국의 동료교사들이 보낸 근조화환 1500여개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교문 앞엔 흰색 국화 꽃다발이 수북이 쌓였다. 교문엔 애도와 항의 메시지가 담긴 수백 개의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선생님의 억울한 마음이 풀리셨으면 좋겠네요. 2022년 졸업생 올림”이라는 글이 쓰인 연두색 포스트잇 앞에서는 많은 동료 교사들이 연신 눈물을 훔치고 서로를 다독였다.

서울 북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는 김모씨는 “선생님이 학교에서 그런 선택을 했을 정도면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조차 안 간다”며 “선배로서, 동료로서 너무 미안해 안 올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방학을 맞은 서이초 학생들도 학교를 찾아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임시 추모 공간에 헌화한 서이초 6학년생 이모(12)양과 김모(12)양은 “학교 행사 때 선생님이 저희에게 스케치북 선물을 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되게 예쁘고, 착한, 성격이 유쾌하셨던 선생님이셨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께 ‘편히 쉬시라’는 편지를 남겼다”며 “내일도 또 오겠다”고 했다.

서이초 5학년생 박모(11)군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를 찾았다. 박군은 “도서관에 가는 길이었는데, 선생님 생각이 나서 와봤다”며 “이젠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던 고인은 지난 18일 오전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정황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에 대해 서이초 교사 등 주변인을 대상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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