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원아 질식사’ 어린이집 원장…항소심에서야 “사과하고 싶다”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19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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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아동 유족 측이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 피해자 유족 측 제공
피해 아동 유족 측이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 피해자 유족 측 제공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된 원아를 이불로 덮은 뒤 몸으로 눌러 질식사시킨 어린이집 원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아동 유족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수원고법 제3-3형사부(허양윤·원익선·김동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피고인 A씨(60대)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법원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A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피고인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 A씨 변호인측은 피해아동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합의를 위한 기일 속행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변호인은 “문제가 됐던 어린이집에 대해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아무리 늦어도 8월 이내에는 모든 매매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의금액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아동 유족 측은 “그동안 사과 한 번 없었다”며 흐느꼈다. 아동 어머니는 재판부에 한글로 쓴 탄원서를 제출하며 “너무 원통해서 못 살겠다. 제발 도와달라”며 법정에서 무릎을 꿇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어나라”며 “이 사건 실체를 재판부가 다 파악하고 있고 이미 피해자가 다시 살아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다 안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사랑하는 피해자의 명복을 빌겠다”고 위로했다.

유족 측이 작성한 탄원서에 따르면 “가난한 저희 부부에게는 아이가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고 행복이었는데 전부 무너져 버렸다”면서 “제가 그토록 좋아했던 한국에 와서 한국법과 한국문화를 존중하면서 작지만 저의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말도 못하는 9개월 밖에 안 된 어린 영아를 무자비하게 학대하고 살해한 사실이 아직도 믿을 수 없다”며 “저희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 없이 제 아들 살해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핑계만 대는 파렴치한 가해자에게 최대한의 사법적인 처벌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2022년 11월10일 경기 화성시의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B군(당시 생후 9개월)을 이불·쿠션을 이용해 14분간 압박, 질식사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낮잠시간 임에도 B군이 잠을 자지 않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같은 달 3~10일에도 B군을 유아용 식탁에 장시간 앉혀두는 등 25차례에 걸친 신체적 학대를 가한 혐의도 있다. 같은 기간 B군 외에도 C군(2)과 D군(10개월)을 때리거나 몸을 밀치는 등 총 15차례 걸쳐 학대한 사실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0일 원심 재판부는 법원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선고했다.

재판부는 “팔꿈치로 바닥을 대 압력을 줄이려 한 것으로 보이는 등 피해아동의 사망을 확실히 하고자 엎드려 누르는 자세를 유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아동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인지한 직후,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가 올때까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A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9월20일 열린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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