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공정 논란… 최저임금 첫 심의부터 파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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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노동개혁 정책 참여한
권순원 사퇴 공방속 첫 회의 무산
勞 “1만2000원” 使 “동결” 주장할듯
‘업종별 차등화’ 이견 등 난항 우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8일 첫 전원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노동계가 회의장 안팎에서 권순원 공익위원(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공익위원들은 회의장 입장을 거부하면서 결국 회의가 취소됐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노정(勞政)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예년보다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작부터 파행 치달은 최저임금 논의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예정된 최임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찾았다. 이들은 회의 테이블 뒤편에 서서 “독립성, 공정성 훼손하는 권 위원은 사퇴하라” “69시간 노동 강요하는 권 위원은 사퇴하라”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 1만2000원으로 대폭 인상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최저임금 심의에는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과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정부가 위촉한 전문가 공익위원 9명이 참여한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합의가 결렬되면 중간자 입장인 공익위원들이 전문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조정에 나선다는 취지다. 현재 공익위원 간사인 권 위원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상생임금위원회 등에서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권 위원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며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박준식 위원장과 다른 공익위원들은 “근로자위원이 아닌 사람들은 퇴장해 달라”고 요구하며 회의장 입장을 거부했다. 결국 오후 3시 50분경 근로자위원들까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회의는 취소됐다.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무산의 책임은 박 위원장과 권 간사에게 있다”며 “차기 회의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원회의가 파행을 빚은 적은 많았지만, 이날처럼 첫 회의 개최 자체가 무산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회의가 취소된 데에는 현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과 법치를 앞세워 노동계와 대립해온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일정 조율을 거쳐 다시 회의를 잡을 예정이다.

● ‘1만 원’ 넘길까… 노동계 “대폭 인상” 요구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박준식 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23.4.18/뉴스1
올해 심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넘길지 여부다. 현재 최저임금(9620원)에서 380원(3.95% 인상)만 더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그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노사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다. 앞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200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경제 악화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동결’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업종별 차등화’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도 뜨겁다. 최저임금법은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 도입 첫해인 1988년을 빼면 적용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8년(16.4% 인상), 2019년(10.9% 인상)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경영계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차등 적용을 요구했지만 노동계는 반발했고 매년 심의에서 부결됐다.

현재 노동계는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심의는 전례 없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 논의#사상 첫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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