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양곡리 염소 농장주는 잿더미 속에서 타버린 염소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염소 20여 마리는 시커멓게 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농장주는 “산불로 축사가 무너져 내렸다”며 “애지중지하던 염소가 불에 그을려 죽은걸 보고 망연자실했다.
인근 서부면 산수동 마을 야산에서도 뿌연 연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러 갈래의 시뻘건 불길은 민가 뒤편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소방대원들은 손길처럼 뻗치는 불을 막고자 연신 물을 뿌렸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으며, 헬기 여러대가 부지런히 물을 실어 날랐다.
주민 대다수는 인근 갈산중학교로 긴급 대피했으나, 일부 주민들은 발을 떼지 못한 채 진화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뒷짐을 진 채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불길은 이들의 보금자리와 생계를 덮쳤다. 특히 축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소 100마리를 데리고 어디로 대피하겠어요”
집 인근에서 황소 100여 두를 키우고 있다는 한 주민은 불이 나자 황급히 대피했다. 불길이 잡히자 돌아와 우사 뒤 진화 현장을 바라봤다. 이 주민은 “앞쪽 우사에만 30두, 뒷쪽 우사에만 70두를 키우고 있다”며 “소 100마리를 데리고 어떻게 대피를 하겠나. 그냥 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타버린 선산을 넋놓고 보고 있었다. 홍성군 한 주민은 “증조부는 물론 부모님 두 분을 모신 선산에도 불이 나 묘지가 새까맣게 타버렸다”며 “복구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빈집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주인은 잃은 반려견들만 인기척에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홍성군 서부면은 사흘째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진화율은 69%, 산불영향구역은 1454㏊로 추정된다.
인명피해는 없으나 시설 피해로 주택 34채 등 총 71동이 소실됐고 마을 주민 309명이 대피 중이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충남 홍성·당진에서는 오후부터 5시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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