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개월 차 농협 직원 극단적 선택…직장 내 괴롭힘 의혹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5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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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전북의 A지역농협 직원 B(32)씨가 자신의 일터 앞 주차장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사망했다. 그가 남긴 유언장에는 A농협 간부 C씨 등 2명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5일 B씨 가족 등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1월 A농협의 센터장으로 부임했다. C씨의 괴롭힘은 부임 이후부터 지속됐다. C씨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업무 지시에 B씨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직급이 뭐냐, 이렇게 일을 하니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라는 모욕적인 언사였다.

C씨는 B씨의 직장인 농산물센터 앞에 주차를 했음에도 “왜 주차를 편하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B씨가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는 “매수철인 10월에 결혼을 하는 농협 직원이 어딨느냐, 정신이 있는 거냐”는 등 폭언을 들어야 했다.

때로는 B씨의 부유한 가정형편을 얘기하며 “B씨네는 부자라서 재수가 없다”, “B씨네는 부자니까 킹크랩을 사라”, “왜 직장에 있는 코로나19 신속검사키트를 사용하냐, 다시 채워놔라”는 등 조롱하기도 했다.

B씨는 수개월 간 당해 온 이러한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9월 27일 결혼을 2주 가량 앞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당시에는 다행히 가족의 신고로 발견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농협 측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B씨는 전주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2주 간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농협 측은 지난해 12월 5일 정식조사결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C씨 등 2명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농협이 고용한 노무사의 조사결과 보고서에 기초한 심의위원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B씨의 가족은 농협 측이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등을 분리하지 않아 2차 가해로 인해 B씨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또 농협이 고용한 노무사는 C씨와 과거부터 알던 사이라서 농협 측에 유리한 판결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B씨 동생은 “농협 측의 요구로 형이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출근하지 않다가 12월 6일 총무계로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 다시 형이 일했던 경제사업장으로 복귀해 다시 C씨와 함께 일을 하게 됐다”며 “이후 C씨는 형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거나 모욕적인 행동을 지속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비상식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이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그 내용을 컴퓨터에 기록해 놨는데 형이 회사에 복귀하고 보니 컴퓨터는 폐기되고 없었다”며 “컴퓨터에 증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노무사가 C씨에게 그 내용을 흘려 컴퓨터를 처분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노무사는 “C씨와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B씨에게 유리한 증거자료와 참고인을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제출하지 않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B씨 컴퓨터에 증거가 있다는 것을 C씨에게 전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농협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조사가 이뤄졌다. B씨에게 유급휴가도 제공하고 분리 조치도 이행했다”며 “만약 경찰, 고용노동부 등에서 조사를 요청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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