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민심]“성범죄자-무인도”에 담긴 불안함[데이터톡]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0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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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www.donga.com/news/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설문에 응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에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추가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선보입니다.

이번 주 POLL+ 이슈는 성범죄자의 주거제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형량을 다 채우고 출소한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이 합당한지 묻는 질문에 1만5827명 중 83%(1만3097명)가 “합당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대 의견은 15%(2417명)에 그쳤습니다.

거주지 제한에 찬성한다는 ‘닉네임한글여덟자’ 독자는 “재범 우려 때문”이라며 “성범죄자, 특히 아동성범죄자는 갱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울이’ 독자는 “교도소 수감 목적이 교정인데 수감을 통해 교정된 사람의 주거를 제한한다는 것이 과잉 조치”라며 “출소 후 재범이 우려되면 수감을 통한 교정이 안 된다는 것이니 평생 약물 투약 등 다른 종류의 교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은 좀 더 살벌했습니다. 10월1일부터 12월7일까지 두 달 간 ‘성범죄자 출소’, ‘성범죄자 주거제한’을 키워드로 포털 뉴스 192개, 댓글 477개(중복 댓글 삭제)를 끌어와 살펴보니 477개의 댓글 중 “주거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은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포털 기사 댓글에 사용된 6937개 단어를 사용빈도 순위로 표현한 그래픽. ‘사형(10위)’, ‘거세(22위)’, ‘무인도(26위)’ 등이 상위에 올라있다.

단어 사용 빈도를 보면 댓글에 사용된 단어 6937개 중 ‘사형(10위)’, ‘놈(16위)’, ‘거세(22위)’, ‘무인도(26위)’ 등 처벌강화, 격리, 고립을 의미하는 단어가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성범죄자’와 ‘무인도’ 간 상관관계도 높았습니다. ‘성범죄자’가 있는 댓글 문장에 ‘무인도’도 함께 자주 언급됐다는 의미입니다.

단어 간 연관성 분석 결과 ‘성범죄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문장에 ‘인권’, ‘무인도’, ‘아동, ’처벌‘ 등도 자주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어 간 연관성 분석 결과 ‘성범죄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문장에 ‘인권’, ‘무인도’, ‘아동, ’처벌‘ 등도 자주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verd**** 여성 열명을 성폭행하고 15년 형을 받은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범죄자의 인권이 왜 보장되어야하나요.(김근식은 미성년자 10여 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 복역함)

skei**** 성범죄자들은 별개의 마을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되도록이면 무인도로.
일부 국가는 아동 성범죄자 거주를 제한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상 가치와 충돌한다는 의견을 고려해 법제화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총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주거 제한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러나 댓글민심에는 전과자 신상과 주소를 공개하고 성충동조절 치료와 전자장치 부착, 외출시간 제한 등으로 관리 감독하는 현재의 조치만으로 재범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주어진 형기를 채우고 나온 성범죄자를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데 강경 일변도 조치만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지금보다 설득력 있는 성범죄자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용 빈도를 단어 크기로 나타낸 워드 클라우드. 독자의 눈에는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들어왔나요?
사용 빈도를 단어 크기로 나타낸 워드 클라우드. 독자의 눈에는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들어왔나요?

Data Talk
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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