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갉아먹는 ‘의료쇼핑’ 그만…MRI 급여 줄이고 먹튀 외국인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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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8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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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시내 국민건강보험공단 한 지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2021.2.1/뉴스1
1일 오후 서울 시내 국민건강보험공단 한 지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2021.2.1/뉴스1
건강보험에 ‘20조2000억원’이라는 금액이 남아있지만 수년 내 고갈 우려가 나온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인구 고령화로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수입 증가율은 둔화해서다. 국민이 매달 보험료를 더 내거나, 정부 지원이 늘어나야만 한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8일 단기간 내 실천할 수 있는 ‘지출 효율화 방안’을 내놨다. 과용·남용이 의심되는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의 급여 기준을 재점검해 급여를 축소하고, 1년간 외래 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는 ‘의료쇼핑’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90%까지 대폭 높이는 안 등을 추진한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추진방향. 뉴스1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추진방향. 뉴스1
문제가 됐던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해결하기 위해 자격을 ‘입국 후 6개월이 지난 뒤’로 정비하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의 본인부담상한제 기준은 올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건강보험 재정구조 개편 대신 지출을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나 정부 지원이 필요한 점을 두고 복지부는 “내년에 종합계획을 세우며 재원 조달방안에 대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건보 재정의 기금화에는 난색을 보였다.

지출 효율화로 아낀 돈은 중증·응급질환, 분만, 소아 진료 등 ‘필수 의료’같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건보 재정구조 개편과 함께 추가 지원이 필요한 필수 의료 분야를 발굴한다.

◇초음파·MRI ‘필요도’ 따져 급여화, 무임승차 막고 의료쇼핑 제재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 뉴스1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 뉴스1
최근 5년간(2018~2022년) 건강보험료 증가율은 2.7%로 이전 5년(2013~2017년) 1.1%보다 2.5배로 늘어나는 등 국민 부담이 커졌다. 그런데도 건보 재정 누수 억제 노력은 부족했고 노인 진료비 증가와 맞물려 재정지출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국민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금액의 비율)은 65.3%로 70% 달성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중증 희귀질환자의 치료비·약값 등 국민 부담은 여전했다.

이를 감안한 복지부가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한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남용이 의심되는 급여 항목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당초 급여화 예정이던 근골격계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은 의료적 필요도 등을 분석해 제한적 급여화를 추진한다.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일부 성과를 냈으나 불필요한 의료 남용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률적인 급여화로 인해 뇌·뇌혈관 MRI 등을 중심으로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검사가 과하게 이용돼 왔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 항목 확대 이후 △적정 규모 대비 과다 보상 △지출관리 미흡 △과잉 진료 유발 등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제한적 급여화’는 의료적 필요도가 충분하게 입증된 경우에 급여화를 시킬 수 있다는 취지”라며 “찍어야 될 합리적인 의료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도 찍었던 사례들이 왕왕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가져오는 과잉 의료행위를 적극 차단하기 위해 백내장수술과 도수치료 등 10대 중점관리 비급여 대상 의료행위에 대해 집중 점검에 나선다.

아울러 외국인 피부양자가 입국 직후 고액 진료를 받는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차단하기 위해 6개월의 필수 체류조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 및 의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외래의료 이용량에 따른 본인부담률 차등제를 도입해 1년에 365회를 초과해 진료를 받는 경우 현재 평균 20%인 본인부담률을 90%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에서 의약품에 지급하는 약품비에 대해서도, 등재 약제에 대한 재평가를 강화하고 고가약에 위험분담제를 도입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 재정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현재 2020년 7월 이후 신규 등재된 제네릭 약제부터 기준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약가를 최대 22.5%까지 차등 산정하고 있는 제도를 확대해, 2020년 7월 전 등재된 제네릭 약에 대해서도 요건을 따져 약가를 차등 적용한다.

복지부는 내년에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수립하면서 △지불제도의 다변화 △효율적 재원 조달 △재정관리의 투명성 향상 등 건강보험 재정구조 개편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양적 기반’에서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전환하기 위해, 행위별 수가제도 외 새로운 대안적 지불제도의 도입을 추진한다.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해, 다변화를 꾀한다.

적정 건강보험료 상환율, 적정 국고지원 비율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출에 대한 합리적 통제 기전을 고민하며 국회 보고·의견수렴 절차를 강화하고 건보 재정 주요사항 정보 공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한편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를 뒤집는다 또는 보장성 강화의 후퇴나 속도 조절의 취지는 아니다”라며 “국민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는 합리적으로 늘려나간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재정 효율화 방안으로 얻을 지출 감소 효과에 대해선 “명확히 얼마만큼의 지출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일률적인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남용됐던 부분을 적절하게, 의료적 필요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점검하겠다”고 부연했다.

사회보험 방식인 건강보험을 기금화하자는 주장에 임인택 실장은 “재정통제 측면에서 제시되고 있다. 기금화가 가지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며 “보험료 낸 국민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간 합의를 이뤄야 해, 논의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골든타임 내 상시 필수의료 받도록 ‘지역완결적 체계’ 구축

필수 의료 지원대책에는 중증·응급, 분만, 소아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골든타임 내 24시간·365일 상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체계’ 방안이 담겼다.

전국 40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14개 권역 심뇌혈관센터를 재편하고 병상·병원, 인력 등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를 공식화한다. 필수 의료에 대한 적정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으로 ‘공공정책 수가’를 제시했다.

의료자원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 만큼 의사 인력 공급 확대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 재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필수 의료의 개념과 범위가 넓으니 우선순위에 따라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도 수지 접합, 화상, 재건성형 등 필수의료 분야를 지속 발굴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중장기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보건의료 발전계획(2024~2028년)’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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