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만리 낯선 땅에서 고국 위해 헌신했던 ‘이민자의 삶’ 되돌아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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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민사박물관서 특별전 개최
한인들의 미주 이민 120주년 조명
5부로 나눠 재외동포 활동상 소개
다큐 영화상영-토크콘서트 등 열려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을 알리는 대형 포스터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특별전은 다음 달 20일까지 열린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을 알리는 대형 포스터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특별전은 다음 달 20일까지 열린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은 한국의 이민사가 시작된 곳이다. 대한제국이 쇠망해 가던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121명이 미국 하와이 이민선에 몸을 싣고 첫 이민 길에 올랐다. 굶주림과 가난을 이겨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어서 출항의 뱃고동 소리가 울리자 배에 오른 이민자나 송별하러 나온 친지들이 통곡했다고 전해진다. 일본에서 미국 상선 갤릭호로 갈아탄 뒤 1903년 1월 13일 태평양을 가로질러 102명이 하와이에 도착했다.

갤릭호에서 내린 이민 1세대들은 사탕수수밭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하와이라는 낯선 이국땅에서 뿌리를 내렸다. 이민 1세대들의 조국 사랑은 독립운동으로 나타났다. 나라를 잃은 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로 자금을 보내기도 했다.

또 광복을 맞자 이민의 출발지인 인천에 대학을 세우는 데 팔을 걷었다. 날품팔이와 중노동으로 모은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은 인하대의 전신인 인하공과대 건립 기반이 됐다. 학교명 ‘인하’는 ‘인천’과 ‘하와이’의 앞 글자를 따와 만든 이름이다.

미주 이민 120주년을 맞아 한국이민사박물관에 가면 뜻깊은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세계로 뻗어 나간 한인들의 이민사를 조명하기 위해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를 주제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것.

5부로 구성된 특별전에는 세계로 뻗어 나간 한인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700여 점이 출품됐다. 1부에서는 세계 속 한인사회의 모습과 모국에 기여한 재외동포들의 활동상을 보여준다. 2부는 하와이와 간도, 연해주 노동이민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이주된 사할린, 러시아 지역 한인들의 생활상도 살펴본다. 3부에서는 일제강점기 주권 회복을 위해 해외로 건너간 독립운동가들과 상하이에 수립된 임시정부, 독립선언과 만세운동 등을 조명한다.

4부에서는 광복을 맞아 고국에 돌아온 한인들과 해외에 남게 된 한인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6·25전쟁이라는 혼란에서 생겨난 전쟁고아의 해외입양도 다룬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해외이주법이 제정된 뒤 경제 성장을 위해 196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원과 간호사, 중동으로 파견된 기술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현지에서 힘겨운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을 조국에 송금하며 갈등을 극복하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인사회의 노력이 묻어난다. 11월 20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기간에 ‘하와이 이민자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고 재외동포 토크콘서트 등이 열릴 예정이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모국을 위해 공헌했던 이민 자와 재외동포들의 삶을 공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는 첫 미주 이민자들이 출발한 옛 제물포항에서 가까운 중구 월미공원에 2008년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지어 문을 열었다. 시대별 이민 역사와 한인사회 성장사, 이민사회를 빛낸 인물, 한인사회의 미래 등을 주제로 꾸몄으며 현재 4000여 점에 이르는 이민사 관련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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