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만5세 취학, 국민 반대땐 폐기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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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5세 취학 논란]
발표 나흘만에 철회 가능성 시사
대통령실도 “국민 뜻 거스를순 없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방안에 대해 “국민들이 정말로 ‘이 정책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면 폐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통해 취학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내놓은 지 나흘 만에 철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박 부총리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6개 교육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박 부총리는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교육단체 질문에 “어떻게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느냐”며 “정책은 수정, 변경, 전환될 수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만5세 취학 반발에… 대통령실-교육장관 “국민 뜻대로” 물러서


4일전 국정과제 없던 업무보고… 학부모-교육계 “무리한 정책” 반대
尹 “신속히 공론화” 교육부에 지시… 박순애, 예정없던 교육단체 간담회
“학부모 우려땐 정책 조정 가능”… 내달초 설문조사로 결론 내릴듯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 없던 내용이지만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갑자기 등장했다. 교원 단체와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은 교육부가 사전 논의나 정책 연구 없이 부적절한 정책을 내놨다며 비판에 나섰다. 주말 사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비난 여론도 고조됐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맨 앞)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개 교육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어떻게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느냐”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의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맨 앞)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개 교육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어떻게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느냐”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의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러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일까지만 해도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이를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박 부총리는 하루 만인 2일 “(취학 연령 하향은) 하나의 수단으로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라며 정책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 대통령실부터 한발 물러서
대통령실이 먼저 ‘후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통령실이 이날 교육부에 “공론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취학 연령 하향 방안을 처음 보고받았을 때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말했다. ‘조속한 추진’에서 ‘의견 수렴’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여기엔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졸속 정책”이라고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는 데다, 박 부총리의 자질 논란과 엮어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도 거세지기만 하자 결국 대통령실이 나선 것이다. 또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취학 연령 하향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했고,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것으로 여러 장점이 있는 개혁 방향”이라면서도 “교육 개혁도 대통령과 내각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국회 입법 사안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수석은 ‘공론화 이후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론이 난 게 아니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 확인하는 출발 단계에 있다”고 답했다.
○ 여론 악화에 “우려 계속되면 정책 바꾼다”
결국 박 부총리도 이날 오후 교육 관련 6개 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는 예정에 없던 것으로, 개최 4시간 전에 갑자기 공지됐다.

이 자리에서 교육 관련 단체 대표들은 해당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공론화는 찬반이 비등할 때 필요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모두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왜 굳이 공론화를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박 부총리에 대한) 사퇴 운동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박 부총리는 “아무리 해도 학부모 우려를 가라앉힐 수 없다면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정책은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물러섰다. 그는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까지 국가가 품어야 한다는 선한 의지였는데 (정책이) 전달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학부모들께 충분히 (목표가) 전달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다음 달 설문조사로 최종 결정할 듯
이제 관심은 공론화 방식에 쏠린다. 교육부는 이르면 5일까지 장상윤 차관을 총괄로 하는 ‘학제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다.

이 TF에서 이달 중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관련된 구체적인 설문조사 항목을 마련한다. 이르면 다음 달 초 국민 2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조기 취학 방안을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면 공식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 그 기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일에도 초등학교 조기 취학에 대한 교육계 반대가 이어졌다. 42개 교육 관련 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연대’는 5일까지 릴레이 집회를 하고 반대 서명에 나서기로 했다. 2일 오후 9시 30분 기준 19만4195명이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무리한 학제 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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