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지도 한 장 들고 동네 맛집 순례! 조용하던 마을에 청년이 북적북적

입력 2022-05-26 03:00업데이트 2022-05-26 09:4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행복 나눔]사회적 기업 더몽의 지역 상생 관광 ‘제주 사계리 프로젝트’
위치 좋지만 관광객 드물던 마을… 빈집 개조해 게스트하우스 열고
지역 업체와 함께 즐길거리 개발… ‘한 달 살이’ 등 머무는 청년 늘어
마을 상권 살아나는 선순환 시작
19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스테이더몽’에 나윤도 더몽 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지역 주민, 청년들이 모였다. 작은 사진은 스테이더몽으로 재탄생하기 전에 방치돼 있던 빈집 모습. 제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여기가 지도에 있는 마카롱집이야!”

19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는 오전 11시부터 배낭을 메고 운동화를 신은 관광객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들은 ‘사계리 마을지도’를 한 장씩 들고 있었다. 사계리 마을지도는 지난해 빈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게스트하우스인 ‘스테이더몽’에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는 마을 관광 안내서다. 마을지도에는 사계해변, 용머리해안 등 관광지 8곳과 맛집 17곳, 카페 12곳, 소품가게 7곳, 사진관, 서점 등 기타 가게 10곳이 표시돼 있다. 사계리 관광객을 위한 투어 코스도 3종류가 소개됐다.

○ 낡은 집 개조해 게스트하우스 세우고, 마을지도 만들고
사회적 기업 ‘더몽’은 스테이더몽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현지 가게, 주민들과 협력해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사계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계리는 주민 2500여 명이 농업과 어업에 주로 종사하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제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산방산을 등지고 있으면서도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더몽의 사업 목표는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으며, 지역 특색이 살아있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나윤도 더몽 대표(36)는 “스테이더몽을 기점으로 마을에 커뮤니티가 조성되고 청년층이 유입되면 일자리가 창출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마을 공간을 재생하고 나아가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더몽은 이를 위해 숙박 상품을 개발할 때 지역 업체들과 연계한 물품이나 프로그램을 넣고 있다. 톳과 고사리 등 제주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판매하는 분식집과 협업해 근처 산이나 바다로 나들이 가는 숙박객을 위한 ‘피크닉 박스’를 만들었다. 제주에서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은 숙박객을 위해서는 지역 사진관과 연계해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제주 바다를 즐기고 싶은 숙박객에게는 지역 서핑 업체와 함께 서핑 초보 강습을 제공하고 있다.

사계리에 즐길거리들이 생기자 잠시 들렀다 떠나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사계리에 머무르는 청년들도 생겼다. 이유란 씨(36)는 결혼 전 계획했던 제주살이를 위해 한 달 동안 스테이더몽에 머물고 있다. 프리랜서인 이 씨는 “마을 식당 ‘도장 깨기’를 하고,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다 보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라며 “다음에는 남편도 함께 올 예정”이라고 했다. 충북 청주시에서 회사를 다니다 사계리에서 ‘1년 살이’를 하고 있는 A 씨는 “사계리는 주변에 갈 곳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마을 주민들이 정이 많아 사람과 부대끼며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마을과 함께하는 관광 개발
크게보기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의 맛집, 카페, 소품가게 등을 표시한 ‘사계리 마을지도’. 스테이더몽에서 무료로 제작해 배포한다. 더몽 제공
단기 관광객과 더불어 ‘한 달 살이’ 등 장기간 머무는 청년들까지 들어오다 보니 마을 상권이 살아나고, 다시 이 가게들을 방문하기 위해 젊은층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콘서트 등 마을 차원의 이벤트도 구상하고 있다. 주민 B 씨는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머물면서 마을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스테이더몽이 들어온 이후로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가게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계리 프로젝트를 통해 아기들 울음소리도 들리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모든 마을 주민들이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더몽의 사업을 달가워하지 않는 주민들도 있다. 관광객과 외지인이 늘어나면 지금의 조용한 일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더몽 관계자는 “마을 회의에 자주 참석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과 인사를 하면서 마을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몽은 전남 담양군에서도 ‘시골하루 프로젝트’라는 가족 단위 소규모 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담양의 폐가를 인수해 독채형 숙박시설로 개조하고, 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함께 온 부모들은 자녀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1930년대 지어져 폐가로 방치되던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옥을 인수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시의 가꿈주택 사업에도 참여해 20년 이상 노후주택에 대한 집수리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더몽은 2억2134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더몽은 올해 강원 강릉시에서도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더몽의 사업은 짧은 시간 동안 집값을 상승시켜 이익을 얻는 기획 부동산과는 다르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현지 주민들에게도 소득 창출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마을 전체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