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통보까지 떠맡은 동네병원…약국은 감기약 품절 대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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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 위주로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는 새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했다. 2022.2.17/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만 명을 넘어서고 재택치료자가 160만 명에 달하면서 의료현장에서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보건소가 자체 업무인 코로나19 확진 안내 문자 발송을 일선 의료기관에 떠넘기는가 하면 보건소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잘못 통보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적지 않은 동네 병·의원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몰려들며 일반 진료가 사실상 마비됐고, 약국에는 감기약과 해열제가 동났다.

●병원이 확진 문자 발송까지?

본보 취재 결과 서울 용산구 보건소와 영등포구 보건소 등은 최근 지역 의사회에 “각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확진 여부를 알리고 격리기간과 수칙, 동거인 권고사항 등이 담긴 문자를 동네 병·의원이 발송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보건소 업무가 과부하 상태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소관 업무를 병의원에 넘기려는 것은 안이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회 관계자는 “감염병 신고 시스템에 확진자 정보를 입력하는 일만으로도 퇴근 뒤 여러 시간 매달리는데 어떻게 문자까지 보내느냐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문자 발송 오류나 누락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이미 확진 안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뒤 며칠이 지났는데도 역학조사 내용을 기입하는 온라인 링크나 관련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이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잘못된 문자 안내를 받았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A 씨의 경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병원에서 RAT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관할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 문자를 받았다. 병원 측이 실수로 검사 결과를 ‘양성’으로 입력했다가 바로 취소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검사키트, 감기약, 해열제 부족


평소처럼 비염 치료를 위해 16일 서울 마포구의 이비인후과를 찾은 고모 씨(62)는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섰다. RAT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이들이 너무 많았던 것. 고 씨는 “언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RAT를 뺀) 일반 진료는 마비 상태”라고 털어놨다.

RAT 키트가 다 떨어져 검사가 중단되는 병원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내과는 이날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병원 관계자는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며칠째 몰리며 보유했던 검사키트가 모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동네 약국에는 감기약 해열제 등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약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약사 A 씨는 “감기약은 다 나갔고 해열제는 오늘 중으로 품절될 것 같다”면서 “재고를 많이 확보해놨다고 생각했는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약사 이모 씨(41)도 “제약사도 일부 종합감기약, 기침약, 인후염 약의 재고가 없다고 한다”면서 “오늘만 손님이 30명 넘게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일부 건강한 시민들까지 ‘필요할 때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관련 의약품을 미리 사재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전구슬 씨(34)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왔어도 불안감에 약을 대량 구매해 놓으려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미리 사둬야 할 필수약 리스트’ 같은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사에 코로나19 증상 완화를 돕는 의약품 1655개 품목의 생산량, 재고량 등을 매주 보고해달라고 최근 요청했다.

●실효성 떨어진 생활치료센터


반면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재택치료가 어려운 확진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는 빈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는 실효성이 떨어진 생활치료센터에 더는 의료진과 인력을 투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6일 기준 전국 생활치료센터는 1만9582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가동률이 약 28.5%에 그쳤다. 인천시의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1094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151명만 입소해 가동률이 13.8%였다. 입소한 인원보다 파견돼 일하는 인력이 더 많은 센터도 있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15일 중앙대책본부에 생활치료센터의 단계적 축소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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