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폐교의 ‘화려한 변신’…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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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쉼터-생태체험학습장 등
2024년까지 34곳 특색 살려 개방
신안군, 폐교 활용에 가장 적극적
주거 개선-관광객 유치 일석이조

전남 신안군 증도초 병풍분교. 2년 전 문을 닫은 이 학교는 맨드라미 체험센터 및 관리사무소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증도초 병풍분교. 2년 전 문을 닫은 이 학교는 맨드라미 체험센터 및 관리사무소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신안군 제공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학생이 떠난 전남지역 폐교가 주민 쉼터와 생태체험학습장,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방치된 폐교를 고쳐 지역민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수년째 이어오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섬이 많은 신안군은 폐교를 사들여 박물관, 미술관 등 주민을 위한 문화기반시설로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폐교의 화려한 변신

전남도교육청은 올해 폐교 8곳을 ‘공감 쉼터 시범운영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하반기에 주민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대상은 △광양 진월초월길분교장 △고흥 송산초등학교 △나주 봉황초옥산분교장 △영암 영암초학신분교장 △여수 거문초등학교 △영광 홍농초동명분교장 △해남 산이서초금호분교장 △진도군 조도초동거차분교장 등이다.

전남은 학생 수가 2003년 16만4606명에서 2009년 13만2503명, 2019년 9만4991명 등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그동안 문을 닫은 학교는 834곳이다. 폐교는 자치단체나 개인, 또는 법인에 매각되거나 빌려주는 형식으로 넘겨진다. 하지만 교육 용도와는 다른 목적으로 쓰이거나 보수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남도교육청은 폐교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 공간 쉼터 사업을 시작했다. 일반에 매각된 636곳을 제외한 198곳을 마을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우선 2024년까지 34곳을 지역의 특색을 살린 쉼터로 꾸며 개방하기로 했다.

지난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여수 돌산중앙초는 폐교 부지 인근 숲과 넓은 해안가 등 빼어난 경관을 활용해 계절별 꽃 단지와 정원으로 변신했다. 순천 승남중 외서분교 운동장은 차박이나 캠핑장으로, 야외 숲은 주민들의 모임과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영광 홍농남초계마분교장은 폐교된 지 오래돼 건물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지역 명물인 가마미해수욕장과 걸어서 1분 거리라는 점을 고려해 공원, 산책로뿐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쉼터로 사용한다.

이선국 전남도교육청 재정과장은 “매각 또는 임대 위주의 폐교 정책을 바꿔 주민과 상생하는 활용 모델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자칫 흉물로 남을 뻔한 폐교의 변신에 주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폐교를 지역민에게…”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폐교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자치단체는 신안군이다. 신안군은 10여 년 전부터 폐교를 사들여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가꾸거나, 박물관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안은 1969년 무안군으로부터 분군(分郡)한 이래 대부분의 섬에 학교가 있어 지역사회의 구심체 역할을 해왔으나 학생 수가 줄면서 그동안 83곳이 폐교됐다. 신안군은 42곳을 매입해 25곳을 지역의 자연·인문 자산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비금면 대광초교를 리모델링한 ‘이세돌 바둑기념관’이 대표적이다. 2008년 개관한 이곳에서는 매년 바둑 관련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암태동초교는 전통서각과 이색 성문화를 전시한 ‘에로스서각 박물관’으로 변신해 연간 2만5000여 명이 찾고 있다.

안좌초 안창분교는 2019년 세계 화석·광물 박물관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자은면 두봉초에 들어설 예정인 도서생활사 박물관은 공사가 한창이다. 흑산초 서분교(사리)에는 유배박물관이, 신의초 신의남분교에는 세계인권평화 미술관이 각각 들어선다.

안좌초 사치분교와 흑산초 만재분교, 암태초 당사분교는 주민들의 사랑방인 경로당과 외부인의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대신하는 숙박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지도초 신광분교는 요양원과 천일염체험관 시설로, 임자남초 재원분교는 보건진료소로 쓰이고 있다.

흑산초 신흥분교는 다세대 맨션으로, 안좌초 반월분교는 퍼플섬 관리사무소, 지도초 선치분교는 수선화 관리센터, 증도초 병풍분교는 맨드라미 체험센터 및 관리사무소로 운영 중이다. 장산초 동분교장은 동·서양화 및 전통서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화이트 미술관으로 조성돼 다음 달 개관을 앞두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폐교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하면서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관광객의 발길도 늘어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도교육청#전남지역 폐교#복합문화공간#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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