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아 미안하다”…순직 소방관 유족-동료들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6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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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관 3명이 실종된 가운데 6일 오후 실종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2.1.6/뉴스1 © News1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관 3명이 실종된 가운데 6일 오후 실종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2.1.6/뉴스1 © News1
“막둥아 미안하다…아빠가 미안하다…꼭 천국에서 잘 살아라….”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진화작업 중 순직한 고(故) 박수동 소방장(32)의 빈소. 박 소방장의 아버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정을 힘껏 끌어안은 아버지의 입에서 아들을 향해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화재 진압 중 숨진 박 소방장과 고(故) 이형석 소방경(51), 고(故) 조우찬 소방교(26)의 경기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는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박 소방장은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와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동료 김현아 소방장(34)은 “박 소방장이 (예비 신부와) 양가 부모님께 최근 인사를 드렸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장은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고립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동이인지도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박 소방장은 무뚝뚝한 척 하면서 은근히 직원들을 챙기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특히 지인을 비롯해 가까운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동기 박천복 소방교(37)는 고인을 두고 “남들이 걱정할까봐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조우찬 소방교는 임관한지 지난해 5월 임용돼 불과 8개월밖에 안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새내기지만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면서, 출동한 현장에서 누구보다 힘차고 적극적으로 임무에 임하는 사람이었다. 조 소방교의 근무지 인근에서 만난 한 119구조대원은 조 소방교를 두고 “팀에서 막내지만 솔선수범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조 소방교의 한 동료 소방관은 막내 소방관들끼리 평소 ‘함께 힘내자’며 서로 다독이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구내식당에 조 소방교가 내 밥을 준비해줬다. 다음엔 내가 해주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료 소방관은 한참을 오열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조 소방교의 한 임관 동기는 조 소방교를 두고 “착실한 사람”이었다고 목이 잠긴 채 말했다.

이형석 소방경은 1994년부터 28년 동안 소방관 한길을 걸은 베테랑이었다. 팀에서는 구조 업무 총괄을 담당했다.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이 소방경의 빈소에는 “어떻게 이렇게 생목숨을 끊어가느냐”며 부둥켜안은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합동영결식은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열린다.

평택=이기욱 기자
평택=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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